무슨 소리냐고 하더라도 있지.
그래, 알아 나는 너무나 외로움을 많이 타.
소외되는 건 참을 수 없어.
혼자가 싫은게 아니야.
혼자라고 보이는 게 싫은 거야.


하지만 지금 내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
그건 바로
혼자만의 시간...


그림을 그리는 것도 콘티를 짜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혼자가 아닌 누구와 함께 있을 때엔 잘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가끔은 무리에서 일부러 떨어져나와 혼자가 된다.
일부러 룸메이트들과 스케줄이 겹치지 않도록 비튼다.
용케도 이런 나를 받아주고 감싸안아주는 이들의 손길을 애써 벗어나 귀찮다는 듯 고개만 흔들곤 하지...


하지만 너무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들게 되면
자기방어기제일까? 불안해져.
그럴때 어디선가 어떻게든 목소리가 들려와.
"예림아, 담배 피러 가자!"
그럼 난 비슬비슬 털고 일어서버리지.
완벽한 고독도 완벽한 합일도 없는 몸.




Sex & City 시즌 몇 화인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스티브와 동거를 시작한 미란다가 잔뜩 쇼핑해 온 것들을 쏟아버리는 실수를 하고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우는 장면이 있다.
이 때 그녀의 대사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그야말로 본 사람이나 기억날 장면.
내가 미란다에게 필이 꽂히는 계기가 되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보이기 두려워하는 건
아침마다 퉁퉁 붓는 눈이라든가
가까이서 보면 너무나 적나라한 다리털이라든가
청소 안한지 오래되어 먼지와 머리카락이 쌓인 책상 뒤라든가
개지 않고 아무렇게나 내팽개쳐 둔 속옷들이라거나 하는 귀여운 것들이 아냐.


외면으로 우러나와버린 나의 내면,
외모보다도 더욱 추한 마음.
열등감과 이기심과 정체에 찌들어버린 본심
그 누구라도 알면 알수록 경멸해버릴 나의 본체....
그걸 당신이 알게 된다니
그래서 날 싫어하게 될 거라는 게 무서워 견딜 수 없어.
AND


예전에 집에 갔을 때 막냉이는 부모님 몰래 도둑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길을 잘 들여 나중에는 막냉이가 멸치를 챙겨들고 현관으로 가면 신문 넣는 구멍으로 쏙~들어오고 빠져나가곤 했다.


녀석은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몹시도 좋아했다. 길 가다가도 고양이를 보면 구경하느라 한참을 멈춰 서 있었을 정도. 그러나 길 고양이의 대부분은 녀석을 보기만 하면 도망갔다. 또래 남자애들에게 곤욕을 치룬 기억 때문이리라. 막냉은 이렇게 사랑의 보답을 받지 못하고 상처를 입었다.


더구나 부모님은 녀석의 로망에 반대하다 못해 적대적-_-이셨다. 내가 여전히 집에서 살고 있었다면 녀석의 싸움에 보탬이 되어줄 수 있었으련만, 막냉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다. 아무리 혼이 나도 계속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추운 날에는 자기 이불 속에서 재웠다. (씻기지도 않고ㆀ 그러니까 혼이 나는 거잖아)


그런데 오늘 연락을 해 보니, 드디어 부모님께서도 허락을 하신 모양이다.(내지는 한 발 물러섬)
고양이는 아직 부모님을 경계하는데, 친해지기 위한 어필도 먼저 하시는 것 같고..
이리하여 우리도 드디어 애완동물, 그것도 늘 꿈꿔오던 검은 고양이가 생겼다.
쿠로를 잘 부탁해 막냉. (막냉은 요즘 야옹이라고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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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오~금요일부터 시작해서 일요일까지 뽀지게 돌아다녔어.

금요일 밤에는 회사 사람들과 퍼마시기 시작해서 끝장을 보다!

동갑내기 혜민짱이 부른 '지구용사 선가드'는 정말 잊지 못할 거야~혹시 그거 녹음했던 애가 너 아니냐? 이 친구는 성우지망생인데 나카시마 미카의 눈꽃을 오리지널과 아주 흡사하게 불러내는 가창력을 지녔지. 나는 풋치모니의 BABY 코이니 넉아웃으로 답가. (다들 이 노래에 쓰러졌어..가사 독음이 웃기대. 무슨 소리인지 다 아는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은데)



아무튼 그렇게 많이 마시진 못하고(꽤 아쉬웠다)특히 친한 세 명의 언니들과 함께 찜질방으로..

나는 꽤 쑥스러웠는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휙 휙 벗어제껴서 놀랐어. 덕분에 몸매 감상은 잘 했지만 *-_-*

마법에 걸려있던 중이라 탕에 몸을 담글 수 없었는데 그게 얼마나 아쉬웠는지..푸욱 지지고 싶었다구. 우리 동네엔 그 흔한 찜질방 목욕탕 하나가 없단 말야. 욕조? 원룸에 뭘 바래?

난 어디서든 등만 대면 자니까 잠은 잘 잤고..
중간에 깨서 물 마시러 들락날락할 때 봤던 아베크족이 생각나. 둘이서 어찌나 다정한 포즈로 잠을 자는지...근데 다정함이 넘쳐서 남에게 보여주기엔 좀 난감한 포즈였단 말씀이지.



그 다음날인 토요일은 친한 언니의 평택에 있는 집까지 놀러가면서 찬거리와 책을 좀 샀어. 예전에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가면 어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반찬거리들을 척 척 골라내서 살까--? 생각했는데 이젠 나도 비슷해진다고 느껴져..윽, 난 아직 아줌마가 되려면 멀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까 룸메이트들이 전부 자고 있었어. 그래서 난 그동안 못봤던 딸들의 콘서트와 하로모니를 죄 감상하고 휴식~중간에 언니님에게서 재워줄 수 있냐는 문자가 왔었는데 전화 걸어보니 벌써 다른 친구와 컨택하고 있었어. 어제라면 내 룸메들이 몽땅 집에 가 있어서 딱이었는데...후후 내 방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꾸며놓고 사는지 한번 보여주고팠어. *-_-*



그 다음날인 일요일. 약속이 있었어. 양여진 선생님과의 약속이었지..

약속장소는 강남역이었기 때문에 오산에서 강남역으로 직통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어. 아, 서울 근교로 고작 2,800원만 내고도 갈 수 있다니~아직도 살짝 감동.
후덥지근한 버스 안에서 간혹 밖을 바라봤는데...역시 강남~양재역 등지는 거리가 잘 되어있어. 딱 도시느낌이랄까? 개발이 잘 안된 동네에 살면 눈이 정형미와 색채미에 굶주리게 되는데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느낌이었어. 시골뜨기처럼 말하자면 역시 서울이라 맛집도 많더라...



이것저것 맛난거-돈쓰는 보람이 팍팍 느껴지는 음식들을 먹었어. 다들 먹을 걸 카메라로 찍고 싶다고 아쉬워하던데 나는 있어도 안 찍었을 것 같아..먹는데 정신없었으니. 대화는 시종일관 재미있게 흘러갔지. 다들 노동청년이라 얘기가 잘 통했어~지금 생각나는 건 생업으로 하기 불가능한 만화를 지탱하기 위해 좋은 부업은 뭐가 있는가~였던거 같아. 역시 재테크? 세상에는 돈을 굴려서 돈을 만드는 방법이 참 많고도 많더라. 나도 잘 배워두는 게 좋겠어. 근데 지금의 원룸에 익숙해져서 앞으로도 원룸을 선호하게 될 거 같으니 어쩌나.



그 다음은 원래 계획했던 파브리카전을 갔어. 사실 좀 피곤해서 그냥 돌아가버릴까도 생각했는데 그 잠깐의 귀찮음과 피곤함을 잘 누름으로서 결실을 얻은 적이 많기 때문에 사당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탔어..



오오...근데..혜화역은 완전 전시회와 공연의 메카더라...! 그리고 애프터로 음식점들도 많더라고. 젊은애들 돈은 이런 식으로 울궈내는 거야 본받아야지..



나 연극 보고 싶은거 진짜 많은데, 다음번엔 친구나 주변인물을 데리고 함께 연극이나 보러 와야지..

(연극 육쩜 육 보고 싶은 사람~나하고 같이 보러 가요~) 근데 연극표는 왜들 그렇게 비싼걸까. 안타깝게스리..



파브리카 전시회는 너무 볼거리가 적었어. 보는 재미는 있었지. 팜플렛을 보고 베네통 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 계열이더라... 근데 너무 짧았어. 프랑스 요리로 치면 핑거보울에 손 담그고 있는데 끝나버린거야. 나 스스로 너무나 성급하게 전시회를 즐긴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라도 파브리카는 너무 너무 너무 좁고 작은 전시회였어. 난 끊임없이 나오는 참신하고 충격적인 볼거리에 연타를 당해 쓰러지고 싶었어. 돌아와도 그 흥분이 가시지 않아 인터넷으로 화보를 검색하고 감상을 공유하게 되는 열정을 바랬어.

그래도 혼자 가면 좋은점. 옆사람의 페이스를 의식하느라 내 구경을 침해받지 않아도 돼. 보고 싶은 것만 잔뜩 보고 있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아.



요 반년사이에 느끼는데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었던 것 같아..언제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게 가득 쟁인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혼자서 모르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든 가는 행동이 너무 즐거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웬지 우락부락한 여자애가 터질 듯한 가방을 메고 굳은 표정으로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이겠지만..



하지만 돌아다닐수록 돈도 많이 나가. 정말 많이 나가...(눈물) 돈 벌어야겠구나...
달빛님은 언제쯤 다시 공연을 해 주실까. 이번엔 정말 가드릴텐데. 직장에 무단결근 하고라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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