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타까우면서도 흐뭇하기도 하고 미심쩍으나 행복한 소식-
우리 집 냥이가 다음달이면 엄마가 된다.
지난달 발정이 나서 밤새 울어대며 온 가족의 애간장을 끓이더니
결국 다들 외출한 틈을 타 신문대로 빠져나가는 유연함을 발휘!
그 뒤론 웬지 잠잠하다 싶더니...이놈이 점점 살이 쪄 오더라구.
전엔 막냉이가 장난질을 걸면 그런대로 놀아주더니(?)
몸이 잔뜩 무거워져서 틈만 나면 옷장이나 책상 등 구석으로 기어들어 잠만 잤다.
'흐음.....'
결국 온 가족의 굳건한 심증 아래 언니님의 스포츠 가방에 처넣어져
시내 동물병원으로 압송되었다.
털을 깎고 배에 젤을 바르고-특히 동물들이 싫어한다는 청소기의 진공음에 녀석은 심하게 버둥거렸지만!
막냉이가 두 앞발을 지그시 누른 채 미안한 듯 내려다보는 눈빛과 통하고서는 조금은 얌전한 듯 보였다.
표정 따윈 읽을 수 없었지만 웬지 이해한 듯한 눈빛...이랄까.
우리 냥이는 굉장한 마이페이스지만,
부모님이 극심하게 반대하실 때에도 계속 먹이를 주고 이불속에 재워주었던-이녀석의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 중 첫째일-막냉이에게는 마음을 열고 있는 듯하다.
무슨 곤란한 일 있으면 제일 먼저 막냉이 눈치부터 본다~
한달 전 급작스레 가출했다가 하루만에 돌아왔다는 얘기에 이미 의사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임신이 맞을 거란다.
그래도 그렇지 초음파 화면을 통해 확인사살 당하는 순간의 느낌이란 꽤 뜨악한 것이었다...
쟤 임신했나보다, 애 가진 거 아닌가.. 암암리 말로만 주고받던 것이 곧 닥쳐올 사실로 나타난 기분이란.
당장 언니님의 지갑에서 고양이 영양제와 임신묘 사료값이 뭉텅 털림으로서 다가왔다.
적어도 네마리는 된다니, 한 달 후엔 최소 다섯마리의 고양이가 우리 집에 바글대게 되는 건가..
그것 참 심히 걱정되면서도 기대되는 광경일세.
근디 아빠를 모르잖아...우리 냥이는 배까지 온통 까만색인데 새끼들은 무슨 무늬로 태어날까
유두 상태로 봐서 초산은 아니며, 나이는 세살 가량..송곳니 하나가 빠져 있다는 부가설명.
우리 집에 오기 전에 꽤 산전수전 겪었을 거라고 하더라.
그래 보였어.(?)
저 흐르는 야성과 도도함은 그래서가 아니겠어...? (고슴도치 모드)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아마 '짝사랑' 정도가 아닐까..OTL
이쪽에서 아무리 그 귀여운 자태에 마음이 오락가락 흔들리고
야단치고 화내다가도 먹을 거 챙겨주느라 수선 떨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고양이란 생물은, 그 쬐끄만 머리속에는 자기 생각밖에는 없다...
...(야 너 몸풀려고 우리집에 빌붙은 거지!!)
하지만 가끔 두려울 때, 뭔가 조를 때
항상 허공만 응시하던 그 라임색 눈동자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야~옹' 할 때의 그 포스란...
정말이지 안 키워 본 사람은 모른다 후달달..
집을 떠나와서 가장 싫은 것.
이녀석을 볼 수 없다는 것일 줄은
나 역시 생각도 못했다고.ㆀ
2.
어떨 때 내가 여자아이구나 라고 느끼냐면 말이다
분명 내가 제안하고 주도한 일이 진행되어 가는 걸 보면서
문득 부아가 날 때가 있단 말이다.
본심은 바란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난 처음부터....
이게 아닌데 싶었다..
몰라. 성질나. 헹 헹 헹.
흑.
3.
일하던 중에 심심해서 [한니발]을 읽었다
그것도 2권만.
결말이 여러 가지 의미로 쇼킹했다ㆀ 양들의 침묵 비주얼을 머리속에 두고 읽는 건 금물이겠다
아무튼 불타올라서 양들의 침묵 소설도 다시 읽었다.
지금은 영화도 또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