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해타산적으로 현실을 계산하는 건 나하고 안 맞는단 말이다...
이리저리 계획하고 예측하다가 한순간 머리가 텅 비어버리면 그때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그런데 만약 그때,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생명줄이 여러 사람 것이라면 어쩔거야.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나 하나 건사하기에도 아직은, 벅찬 사람인거 같아.
미안해요.
가끔은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나버릴 때도 있는 거에요.


2.
'마유미' 김현희의 고백록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읽었다.
크악~제목 한 번 기가 막히게 통속적이네 라고 생각했더니 막상 손에 드니 놓을 수가 없었다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녀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마치 서스펜스 소설 보는 것 같은 기분? 그만큼 초반부에 자백하지 않으려는 그녀와 한국 특무간의 머리싸움이 숨막힌다. 물론 결과를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결국 불어버릴 테니까)
어린 시절 북한 생활과 공작원 교육 등의 묘사도 현실이라기보다 꼭 픽션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럼에 더욱 픽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상세하고, 또한 논픽션이라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기억해서 써낸 걸까 싶기도 하고.



그녀가 KAL기 폭파사고를 일으켰을 때 나는 유치원생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뜨악할 정도의 북한 경계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교재에 묘사되어 있는 북한은(사실 그 말이 다 맞다고 해도)거의 혐오감이나 이질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요즘 애들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교육받고 있을까? 평소엔 잘 와닿지 않는 '분단국가'라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순간이었다.

내가 마유미 이후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40대가 되었다는 것, 결혼해 가정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 등인데...아아 흥미가 생긴다. 만화로 그려볼까?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 작가들만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천혜의 소재인데 어째서 아무도 다루지 않지...! 내가 모른 걸까?


아마 우리 나라에도 김현희와 같은 존재는 있겠지.
좋은 타이밍에 그녀는 사라져버렸고.
이 책 속의 김현희라는 인물은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몰라도 냉철한 공작원이 아니라 그저 감정에 약한 한 여자에 불과하다.
KAL기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 때문에 책을 책으로 읽어 넘길 수없는 현실이 모래알처럼 씹혀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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