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약속을 다 캔슬하고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와 버렸다.



너무나 귀엽고, 성장도 빨라서 벌써부터 밖으로 나오려고 꼬물거리는 새끼들은 작고 작아서..만지면 부서질 것 같다.


가끔 내는 키잉 키잉 소리조차 얼마나 귀여운지. 자기들끼리 치고 받고 밟고 밀쳐내고, 파고드는 모양새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너희가 뱃속에 들어 있어서 쿠로는 혼자서 그루밍도 못하고, 한번 누우면 일어나지도 못했어~옆으로 배가 불뚝해서 누가 봐도 임신묘였지~


자꾸 보거나 만지려들면 안 된다고 해서 다들 참으려고 무진 노력하지만..역시 옷장 속으로 얼굴을 파묻어보고 만다.(낳기 전부터 쿠로가 찜했던 옷장으로 결국 옮겨주었다)
누워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린 채로 쿠로는 사다코 눈을 해서 노려본다.
새끼 낳고 나더니 주인에게 너무 소홀해서 섭섭해들 한다.


사서도 하는 게 걱정이라고, 걱정 많던 날 안심시키듯 작은 출산상자 안에서 혼자 새끼들을 무사히 낳고, 태와 양막도 감쪽같이 처리했다. 뒤이어 새끼들을 열심히 핥아주고, 틈나는 대로 자기 그루밍까지.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듯 쿠로는 너무나 능숙한 엄마였던 것이다.


주인들이 새끼들을 너무 신기해해 자꾸 만져도, 불안해하기는 하지만 믿어주었다.


오히려 출산 후 민감함이 줄어들고 안정을 찾은 듯, 눈을 내리뜨고 가르릉거리기까지.


늘 집안의 사랑받는 여동생이었던 쿠로가 어엿한 네 마리의 엄마가 되어서 새끼들이 기어올라갈 하나의 큰 산이 되었다.


쿠로가 그랬듯 새끼들도 크고 나면 엄마의 젖을 누르는 저 특유의 [꾹꾹] 동작을 나중에도 하게 되겠지.


그 작고 귀엽던 쿠로가 새끼들과 함께 있으니 너무나도 커보였다.(하긴 사람이라면 28살의 원숙한 여인이지)


쿠로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지. 본능일까 배운대로 하는 걸까..전에 낳았던 새끼들에게도 저렇게 해 주었을까. 참 신기했다.


발정 때 밤새도록 아기 울음소리로 울어대어 온 가족을 잠 못자게 만든 일도, 결국 집을 비운 새 뛰쳐나가 어머니가 눈물지었던 일도, 임신한 게 아닌가 하고 온 가족이 상심하고, 임신한게 밝혀져 어쩌나 하고 모두 걱정했던 일도..지금에 와서야 모래속에 묻혀버렸다.


하루종일 옷장에서 나오지 않더니, 밤 늦은 시간 사료 붓는 소리에 쪼르르 뛰어나와 열심히 식사를 한다.


막냉이가 손을 갖다대자 핥고 잡아당기고,툭툭 치고 하며 애교를 부린다.


어무이가 재빨리 삶아낸 황태를 다급하게 먹더니, 가족들이 모두 보는 데에서 잠을 청한다. 새끼 낳고서 한숨도 못잤으니 많이 피곤했겠지..


그 틈을 타 새끼들이 있는 곳을 청소해 주었는데, 짜식들 그 새를 못 참고 꼬물거리며 엄마를 찾는다.


하지만 지금 쿠로는 막냉이의 손길을 느끼며 편안해 보인다.


'새끼들 우는데? 엄마 찾고 있어'


'혼자 좀 자게 놔둬, 누나. 지금은 엄마가 아니고 여자야'




쿠로가 다시 새끼들이 잠들어 있는 옷장으로 돌아가고..
옷장의 문을 슬며시 닫아놓았다.(답답하면 자기가 알아서 여니까)


앞으로 한 두 달 정도 엄마 생활을 하고 나면, 하나 둘 정해진 입양자리로 새끼들이 떠나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수고해야겠지?
(한마리는 벌써 입양갈 곳이 정해졌고, 새끼 중 한마리는 남겨서 키우자고 아직도 설득 상태)


오늘만은 모닝구무스메나 레드핫칠리페퍼스,다 밀어두고 오랜만에 네가 좋아하는 마이클 나이먼이나 마이어스로 틀어주마.


쿠로 고생 많았어, 많이 먹고 편히 쉬어라. 언니는 네가 참 존경스러워.




또 새끼들이 보고 싶지만, 참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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