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and City 시즌 6에서 엔딩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의 에피소드.


미란다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듣다보면 짜증나는 헛소리를 잘 받아넘기고, 급기야 가출해 버린 그녀를 데려와 씻겨주는 장면이 있다.


화장도 안 한 채 "Shit!"을 연발하며 점퍼를 껴입고 뉴욕 거리로 뛰어나가는 그녀 모습에서부터 웬지 심상치 않더니, 상한 피자를 씹어먹으며 여전히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미란다의 시어머니를 보고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들 브래디를 키우면서 치장할 여유가 없는 걸 속상해하고, 다른 세 친구들에 뒤지지 않는 멋쟁이인 미란다가-다른 한편으로는 저렇게 변할 수 있다니.


죽어도 맨하탄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던 미란다가 결국 아이를 위해 이사하고, 스티브에게 먼저 시어머니와 함께 살자고 말하는 것을 보며 그녀와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캐리를 좋아하지 않는 건 캐릭터에서 비추어 보건대 절대 그녀는 그럴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심장수술을 한 전 애인을 위해 민망한 옷차림을 하고 밤새 간호하는 건 가능하지만, 알콜중독 떄문에 자다가 갑자기 침대 시트에 피를 토하는 아버지를 매만질 수는 없는 여자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시즌 1~6을 통틀어 가장 성장하지 않은 것 같은 여자다. 끝까지 받고 있는 것에만 민감할 뿐 주어야 할 것에는 무심한 여자였기에..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해..
빅과 그녀가 천생연분이라는 암시는 시즌 1부터 꽤 자주 등장하는데.. 남녀로서 그들은 서로를 가장 즐겁고 들뜨게 해줄 최적의 관계지만, 인간으로서..라고 하면 조금 그렇다.
그들은 스미스와 사만다-해리와 샬롯-스티브와 미란다 커플이 모두 한 번씩 거쳐간, 서로 보듬고 감싸는 모습이 한 번도 없었다.
결말을 보고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래서야 빅이 다시 떠나도, 캐리가 다시 화를 내도 이상할 게 없겠어-you're the one이라는 말은 말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 눈물을 흘렸냐면..
최근에 돌아가신 내 외할머니께서 치매였다.
몸에 간직한 여러 끔찍한 병 때문에 온 심인성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다지 안락하게 살다 갔다고는 할 수 없는 없는 삶이셨다.
뭐든 겪어봐야 이해하게 된다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다.
잔인하고 슬픈 얘기지만.
가끔 치매노인에 대해 말을 함부로 하는 미친것들을 보는데
그런 것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치매에 걸려
가장 끔찍하게 망가져가는 모습을 꼭 봐야 한다.


닥치면 못해낼 게 없다.
정말 그런것도 같다.
같잖게 몹시 깔끔떠는 데가 있고 귀찮은 것 질색하고 이기적인 나.
누군가의 병구완을 떠맡았을 때 겉으로야 OK했지만 속으로 '너무한다! 그것도 하루 꼬박 내내라니!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병원에서 나 혼자서?'라고 생각했다.
막상 뵈니 대소변조차 화장실까지 갈 수 없어서 비싼 개인용 병실을 따로 쓰고..하루에 옷을 몇번 갈아입혀야 하는지 헤아릴 수도 없고 성인 남자인데도 여자인데다 어릴 때부터 알던 내가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한다는 상황.
'너무 이기적이란 거 알지만 못하겠다고 버려두고 중도에 도망나올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


차마 글로 쓰기 뭐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더러워진 옷을 빨고 "또요?"라는 노골적인 소릴 들어가면서 몇번이고 간호사 콜을 하고 몇 번씩 같은 복도를 뛰어다니고..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는 절박감이 그냥, 하게 만들었다.


오늘 청소하면서 문득 그때 간병하던 생각이 났는데 가슴 한구석이 아릿아릿해 왔다.
SACT를 보면서 흘렸던 눈물이나 이 통증이, 과연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감정인가?
아닌 것 같다.
이기적인 나의 자기감상이고 면죄부일 뿐이라는 걸...
이제 나이를 꽤 먹고 말았는지 자기기만도 할 수 없다.
도망치기 전에 이미 머리가 정답을 찾아내 눈앞에 들이대니까.
뇌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한없이 엄격하고, 도덕적이고, 결벽적인 자아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는 건 두렵지만 언젠가 꼭 받아들여야 할 일이겠지.


세상에 안고 싶은 아름다운 여자들은 많은데 어머니처럼 안아줄 여자들은 없는 것 같다고 누군가가 그랬었다.
들을 당시엔 앗 모성으로의 회귀본능? 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이 말이 좀 다르게 들린다.


내 스스로가-
차에 치인 개를 안아 옮겨주기 위해 아끼는 옷을 더럽힐 수 있는 여자이길.
슬픈 일이 있을 때 다만 울기만 하지 않는 여자가 되길.
강해지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더욱 그렇겠지.
AND

나로 인해 즐겁고
나로 인해 힘을 얻는 것처럼 행동하고
'그'보다는 '나'라고
말로는 아니라도 암묵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역시 '그'에게로 흐른다.

그런 너의 태도로 인해
조금은 그보다 내가 더 쓸모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살아야 할 이유따윈 아무것도 없는 듯한 나에게도 어떤 가치를 내려주는 것 같아서..

하지만 너 역시 다른사람과 똑같고,
그래도 '나'보다는 '그'가 더 좋은거야..
역시 넌 아직 변하고 싶었던게 아냐.
아직 나보다는 그가 더 필요한 건가.


홍차한잔 마셨으나 여전히 감기기운에 홍알대며, 진심에는 큰힘이 있다고 믿고 싶어 그냥 씨부려보는..
정신들고 나면 문맥 안맞는 부분 많이 발견하겠지..
AND

● About ●
얼마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시 봤다. 최진실 아줌마가 태어난 1968년도에 만들어진 이 영화의 위력이 현대에도 건재하다는 사실은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준다. 배우들은 지금 봐도 어필하는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고, 고색창연한 옛날 영어와 음악은 간단히 용서될 수 있는 소재를 가진 이 영화! 상당히 어릴 때에 한 번 봤을 때와 달리 지금 다시 본 [로미오와 줄리엣]은 특히 캐릭터 해석에서 느낌이 많이 달랐다.



레오나르도 화이팅이 연기한 로미오는 늠름하고 남자답다기보다 친구의 죽음에 울부짖으며 냉정을 잃고, 사랑에 눈물 흘리는-나쁘게 봐서 귀하게 자란 부잣집 아들내미 티가 뚝뚝 흐르는 나약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게 더 내 취향엔 맞는다 =ㅂ=♡ 유모가 한 팔로 덥석 들어 그를 무릎에 올려놓고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장면은 얼마나 귀엽던지..

어쩌면 감독도 처음부터 그에게서 모성본능의 잠재력을 꿰뚫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원작을 읽었을 때 내가 로미오에게 느낀 생각 역시 그가 꽤나 여성주의적이고 서정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었으니... 영화를 볼 때 내 선입견이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레오나르도의 로미오 해석이 나와 같았던 건지는, 모를 일이다.


근데 어렸을 때엔 몰랐는데 이 배우, 정말 매력적이잖아~ 올리비아 핫세가 정말로 반할 만 하다. 지금은 아저씨가 됐겠군, 안타까워..



하지만 '줄리엣'하면 검은 생머리를 단정하게 갈라서 뒤로 묶은 아가씨로 사전화해 버린 주범인 올리비아 핫세를 빼놓고는 이 영화 얘기가 안 되겠지. 지금 봐도 "정말 예쁘다.."란 감탄이 줄줄 새어나오게 하는 약간 동양적인 미모와 열정적인 연기, 아주 놀라웠다. 요즘 시대에도 그녀와 같은 이미지 파급력을 지닌 틴에이저 여배우는 나오지 않는 듯.(그런데 딴 얘기로, 발코니신에서 그녀가 너무 글래머여서 잠시 영화내용 놓칠 뻔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가 얼마나 부담을 느꼈을지 알 만하다.-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들 넷만은 아니지만.



다시 본 이 영화는 더빙이 아니라 그녀의 생목소리였기에 약간 허스키한 그 목소리가 생경스럽고도 반가웠다. 한글 더빙판의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소리는 역시, 핫세와 같은 이목구비에는 '반칙'이다!


핫세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첫만남 때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던 청순한 첫인상을 내던져 버릴 정도의 파워를 계속 보여 주었다. 거리낌없이 사랑에 빠져드는 발코니 장면, 유모를 다그치느라 펄펄 화를 내는 장면이나 신부를 다그치는 장면에선 청순함을 충분히 배격하고도 남는 강단도 느껴졌다. 이것이 과연 열다섯살 소녀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미숙하고도 강한 사랑의 힘 아닐까.



사랑에 빠지면 보통 남자는 계속해서 회의적이 되고 도피적이 되는 반면, 그 사랑이 난관에 처했을 때 더욱 과단성을 보여주는 쪽은 여자라고 하니 이 영화가 딱인 듯. 비약하자면 가끔 줄리엣이 로미오의 어머니 같아 보일 정도였으니.. 포스터를 보자니 '누나가 널 지켜줄께!!'라고 써넣고 싶은 욕망이 부르르 일었다;;



이제 나는 그 당시의 레오나르도와 핫세보다도, 종이 속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나이가 많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상당히 귀여워 보이는 장면도 몇 군데 있었는데.. 너무나 쉽게 목숨이고 신분이고 걸어버리는 맹세가 난무한다. 조금 놀려보자면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스스로들 알긴 할까?' 자신을 잃어서 남이 보기엔 우스워 보일 정도의 그 에너지가 사랑이라는 것이지.


그들의 사랑을 날짜로 계산하면 겨우 사흘 남짓이라던데, 그 짧은 시간에 저토록 열정적으로 타오를 수 있었던 것도 어려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소리라고 찬양하던 종달새를 이별하던 날 아침 마구 씹어대던 줄리엣은 귀여움의 절정이었다. 원래 연인들에게 세상의 중심이란 서로 하나뿐이니까.



그런데 결말부에 납골당으로의 난입이 삭제되어 버린 걸 제하고라도, 파리스의 비중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원작 없이 이 영화 하나만 본다면 한없이 영계만 밝히는 느끼남이란 누명을 쓰겠군..그나마 이 영화 주제곡인 [What is Youth]라도 부르지 않았다면 아예 존재 자체가 머리에 안 남을 뻔했다. (그런데 당신이 그거 부르고 있을 때, 당신 구혼자는 딴 남자하고 막 눈이 맞으려는 참이더라고~)


● Tip ●
---올리비아 핫세에 대한 이야기


1951년 4월 17일. 남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스페인계 아르헨티나인 오페라 가수 토니 오나스와 이 고장 출신의 영국 여인 죠이 핫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남. 진주처럼 검은 순수한 흑발, 혼혈계 특유의 반짝이는 눈동자, 스페인계의 정열을 가진 아이, 이름은 올리비아 오나스. 그러나 그녀가 2살 되던 해 부친 오나스씨가 별세, 남동생 앤드류와 함께 편모슬하에서 성장. 애정을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대단했던 올리비아. 하지만 여자 혼자의 힘으로 어린 남매를 키워내면서,더 어린 아들에게 정성을 쏟았을 건 어쩌면 불가피했던 일. 올리비아는 이런 편애에 불만을 품고 동생 앤드류에게 불같은 질투심을 터뜨린다. 결국은 동생을 죽여 버리려고 마음 먹고 조그만 돌덩이로 어린 앤드류의 코를 꽁꽁 틀어막고 말았다. 다행히 이내 어른들의 눈에 발각되어 앤드류는 화를 면했지만, 이 일로 어머니 죠이는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겁을 먹은 나머지 자기 부모의 고향 영국으로 건너가 아이들을 키우기로 결정 내린다. 그녀의 나이 겨우 7살 때의 일이었다.


15세 어린 나이에,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구는 세기의 히로인 줄리엣에 발탁, 전세계의 청춘남녀를 열광케 했던 행운의 주역, 꿈의 신데렐라. 어린 아이와 성인 여자의 과도기에 처한 소녀의 미묘한 육체적인 매력과 섬세한 감수성을 황홀 하도록 표현, 영화 중 14세 줄리엣의 정수를 선사해 주었던 그 배우. 모든 팬들이 줄리엣적인 것이 아닌 올리비아의 모습은 단호히 거부했을 만치, 그녀는 셰익스피어가 보았어도 감탄했을 완벽한 줄리엣 이었다. 그리고 이런 줄리엣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올리비아가 여배우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뿌리는 많은 부분 어린 시절의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악착스런 고집과, 결손환경이었기에 더욱 절실했던 집요한 의지로부터 싹튼 것인지도 모른다.


롯사노 브릿지의딸역으로 데뷔
그러나 예민한 혼혈소녀의 심경에 영국이란 땅은 결코 마음 편하게 안착할 수 있는 푸근한 대지는 아니었다. 인도인, 이탈리아인 등 이방인 거주자가 득실대는 영국 아이들에게 혼혈소녀 올리비아는 불필요한 호기심을 유독 자극하는 색다른 존재였다. 소학교에 입학한 후 본토박이 동급생들의 지분거림은 더욱 극성스러워 나중엔 아예 학교 가기가 싫어졌다. 학교도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다. 게다가 집은 가난해 한시라도 빨리 일을 하고 싶다고 느겼다 올리비아는 여배우가 되는 길 만이 자신이 자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예감이 자리 잡기 시작,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내게 다른 길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배우가 된다면..? 난 자신감은 있었지만 문제는 어머니였다." 어머니 죠이에게 여배우가 되겠다는 딸의 생각은 또한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러나 끈덕진 성화 앞에 결국 어머니도 두 손을 들고 이탈리아 소재 콘티 연극학교에 입학하게 된 올리비아, 이때 나이 10세. 그녀는 육체 발육이 조숙해 당시 또래 계집아이들에 비해 바스트도 큰 편이었다. 남자아이들을 의식해 부끄러움을 느낀 때문인지 그녀는 그 나이에 벌써 브래지어를 착용하겠다고 고집, 13세 때쯤엔 벌써 오늘날의 올리비아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마치 성숙했다. 바라던 연극공부를 시작하면서 간간히 TV드라마에 얼굴을 내밀게 되는데, 1964년 가을 첫 영화출연 기회가 찾아온다.미모의 유부녀와 작곡가와의 불륜의 사랑을 그린 [호수]라는 영화. 아름다운 풍경의 정취를 잘 살리기로 특히 유명한 감독 데마 데이비스가 메가폰을 잡고, 모린 오하라와 롯사노 브릿지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주역을 분한 작품이었다. 여기서 올리비아가 맡은 역할은 어머니를 잃은 홀 아버지 롯사노의 손에 커나가는 딸 돈나역. 그녀 자신 편모 슬하의 상실감과 고독을 체험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비교적 잘 돈나를 그릴 수 있었다. 드라마성이 부족했지만, 올리비아는 그런대로 만족을 했다. 그후로도 학교선생님들은 계속 올리비아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 TV에 계속 출연하게 되었다.


8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일약 줄리엣으로

1965년, 올리비아는 [미스 블로디의 청춘]이라는 연극 오디션에 응모, 주연급으로 전격 기용된다. 다행히 연극이 크게 히트를 치면서 2년동안이나 롱.런, 그녀는 자연 많은 예술관계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선보일 기회를 갖는다. 그러던 1967년 초 어느날 밤, 공연이 끝나고 아직 의상도 갈아입지 못한 그녀에게 분장실로 손님 한 사람이 찾아온다. 당시 44세였던 제필리니 감독. 이탈리아의 명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조감독으로 특히 오페라 분야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고, 1960년도엔 런던의 연극부대 올드 빅 좌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하면서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끌기 시작한 신예감독이었다. 그는 불멸의 연극으로 만민에게 감동을 주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영화화하기로 결심, 주인공 캐스팅에 혈안이 되어 있던 중. 특히 줄리엣을 맡을 히로인 발탁에 더욱 고심하고 있었다. 고전적인 미와 그럼에도 또 한편 감각적인 현대를 매혹할 만한 청순한 관능을 함께 지닌, 신선한 새 얼굴이어야만 했다. 그가 올리비아 핫세라는 청순미와 성년의 매혹을 갖춘 소녀를 만난 것이다. 그는 전격적으로 오디션을 제안. 줄리엣은 눈은 블루, 머리는 블론드라는 공지된 묵계가 있었음에도 지원자는 무려 800명선, 최종 테스트일 유력후보는 4사람. 첫 테스트에서 올리비아는 [로미오와 줄리엣]중 대사를 소화해보라는 요구를 받는데, 너무 긴장한 탓으로 그녀는 그만 모든 걸 깡그리 잊어 한 줄도 내뱉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대신 [말괄량이 길들이기]중 한 부분을 아무렇게나 읊어 버리고 만다. 다음, 로미오로 스카웃된 17세 레오나드 파이팅이라는 소년 앞에서, 칼로 자기 가슴을 찌르고 죽기까지의 줄리엣 최후의 비통의 장면을 연기해 보라는 주문을 받는다. 그러나 올리비아는 여러 번 반복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한 채 그만 펑펑 소리 내어 울어 버리고 만다...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올리비아, 그런데, "아니, 어딜가? 자, 올리비아는 오늘부터 줄리엣이야. 여기 서명을 해요" 만족해하는 제필리니 감독의 음성이었다. 이로써 그녀는 불과 15세의 나이에 세기의 대역 셰익스피어의 줄리엣으로 발탁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비상하게 된 것이다.


고삐를 벗고픈 영원한 중세기적 이브

1967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북이탈리아와 로마를 배경으로 속행된 제필리니 감독의 작품은 저널리즘의 성원도 대단했고, 개봉 즉시 세계적인 대히트를 치는 경이적인 반향이 뒤따랐다. 1968년 아카데미에 작품상, 감독상 부문에도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수상은 촬영상, 의상디자인상에 그쳤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 최대의 수확은 올리비아 핫세라는 신성의 출현. 매혹적인 눈동자, 허스키한 목소리, 청순한 미모 그리고 감춰진 듯 번득이는 정열에 이르기까지 올리비아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벽한 줄리엣이었다.. 나는 더할 수 없이 만족스럽다 감독 제필리니조차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감미로운 사랑의 히로인 줄리엣에게 전세계 틴 에이저들은 열광, 올리비아는 일약 최고의 아이돌 스타가 되었다. 한편 7개월에 걸친 촬영기간 도중 올리비아는 상대역 레오나드에게 연정을 느껴, 극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현실에서도 재현될 뻔했으나 불발, 다만 이 영화에 얽힌 로맨틱한 기억 중 하나로 오랜 시간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이후 핫세를 보는 팬들의 가슴에 줄리엣의 영상만이 너무 뿌리 깊어 다른 이미지의 그녀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끈덕지게 자기 빛깔을 관철 시켜온 올리비에는 보란 듯이 중세기 줄리엣의 껍질을 벗고, 대담한 남성편력을 과시하면서 69년 [모든 적당한 집은], 71년[섬머 타임 킬러], 등 영화활동에 매진했으나 이후 그 어떤 영화도 줄리엣에 버금 갈 반향을 불러일으킬 순 없었고, 그 사이 미국으로 옮긴 올리비아는 가수이자 억만장자인 딘 마틴의 아들 디노 마틴과 결혼, 몇 차례 파경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아들까지 출산했다.

(출처 : Nkino/coolhey님의 네티즌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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