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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부스]로 월척을 낚고 나서 한 번 더 도전해 볼까..싶어서 다시 비디오대여점을 다녀와서 카트 2순위였던 걸 빌려왔다. 그게 바로 [나비효과]였다.
[나비효과] 역시 음악을 영화보다 먼저 알게 된 케이스다. 그것도 곡을 먼저 안 게 아니라 아티스트인 오아시스를 먼저 알았지 -ㅂ-ㆀ 영화에서는 거의 엔딩 즈음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Stop Crying Your Heart Out]을 좋아했고, 그래서 영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 역시 [폰부스]와 마찬가지로 개봉했을 당시에 웬지 '봐야겠는데..'란 느낌으로 뒤통수가 근질근질 했었다. 주연이 애쉬튼 커쳐라는 건 알고 있었지. 데미무어의 새 남편! =ㅂ= 근데 브라운관으로 보는 그는 생각보다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더군. 수염이 에러였나?
언뜻 보기엔 마치 메멘토를 연상시키는-시점이 배배 꼬인 진행으로 이 영화는 시작한다. 주인공의 과거에서 몇 군데의 기억을 끊어놓아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재치도. 시놉시스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것 역시 내가 예상한 것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흘러갔다. 박진감이 넘치기도 하고, 삶의 비참함이 너덜너덜 말라 떨어지기도 하고.. 주인공이 정말 딱하다. 지 나름대로는 잘해보자고 하는 짓이 가면 갈수록 일을 틀어 놓고..극중 아버지의 입을 빌려 말하듯 인생은 누군가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어야 하고, 결코 Win Win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비정한 논리 속에서 춤을 추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만큼 잔인하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았다--라고 생각한 순간 엔딩이 완벽한 배드엔딩으로 치달음으로써 진짜 염세적인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등장인물들 모두가 행복해지지만 이건 확실한 배드엔딩이다.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안타까운 엔딩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영화의 설정이 세상의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설명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역시 인생은 딱 한번만 살 수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란 걸, 에반의 아버지를 보며 느꼈다.
그리고 디렉터스 컷의 엔딩은 참으로 쇼킹했다.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 '나라면 어디로 돌아가서 어떻게 바꿔놓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인데, 그런 과정이 반복되어 뇌의 과부하가 일어나면 에반 아버지처럼 되거나 디렉터스 컷의 에반처럼 되는 거겠지.. 디렉터스 컷의 엔딩은 설득력이 있기에 더욱 기분나쁘다. 우우..이딴 엔딩이 말이 되냐!!
이 영화의 주인공 에반은 내가 어떤 스토리에서 썼던 바 있는, 말하자면 타인의 운명에 무지막지하게 영향을 끼치도록 타고난 자쯤 되나 보다. 어떻게 저런 작은 행동이 앞으로의 일들을 그렇게나 홰깍 틀어놓을까..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켈리,토미,레니가 놀아난다.(토미는 정말 대단한 시스콤에 보호본능의 화신이다) 얼마전에 읽은 로저 젤라즈니 소설도 이런 설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오늘 본 두 영화 중 꼽으라면 [폰부스] 쪽이 조금 더 맘에 드는데, 막냉이는 [나비효과] 쪽이 좀 더 좋댄다. 엔딩이 너무 슬프다면서 우울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으음..슬픈 엔딩이긴 했다. "한 번만 더 나를 아는 척하면 네 가족들을 전부 죽여버릴거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행복하게 해주려면 그수밖에 없는 건가. 자신이 곁에 있는 한은 행복할 수 없다니 잔혹한 운명이다. 이 모든 엔딩을 알고 나서 다시금 [Stop Crying Your Heart Out]을 들으니 더욱 서글프구나. ㅠㅂㅠ
p.s 근데 애쉬튼 커쳐의 아역들, 닮기도 했지만 더욱 닮게 만든 건 아마 헤어스타일과 패션의 통일이 아닐까 싶은데..푸하학 웃음나 죽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