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은 시종일관 어지럽게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이나 시끄러운 사운드가, 약에 취해 복수심에 가득찬 남자주인공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거참 프랑스 사람들 화났을 때의 억양은 중국인들보다도 더 방정맞더라는...-_-; 사전정보가 어느 정도 있었기에 긴장은 했지만, 맙소사.
이 영화는 전체를 통틀어 테이크가 7~10개가 될까말까다. 즉 카메라가 한 번 찍기 시작하면 아주 오랫동안 주인공들을 쫓아다닌다. 이런 편집방식이 마치 관객이 주인공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듯한 이입을 끌어내는데... 주인공들이 누구랑 싸우나 싶더니 그 인간을 카메라 앞에서 소화기로 내리쳐 곤죽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 뒤 장면들에 비하면 이 신은 약과.
영화가 한국에서 프로모션될 때 가장 유명했던 게 모니카 벨루치의 강간신이었댄다. 모니카 벨루치가 실제 연인이었던 상대역 뱅상 카셀을 오지 못하게 하고 이틀간 찍은 뒤, 병원 신세를 졌다는...(나중에 엔키노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는데) 칸 영화제 상영시에 수많은 관객들이 도중에 자리를 뜨거나 비명을 지르고, 심지어 몇 명은 실신하는 사태에까지 갔었단다. 확실히 이 지경까지는 감수성 예민한 유럽인들의 오버가 틀림없지만, 그 심정은 수백번 이해가 간다.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권고하건대, 이 영화는 엔간하면 안 봐도 무방하다. 웬만한 하드고어는 웃으면서 보는 나로서도 강간신은 끝까지 못보고 슬롯을 돌렸고, 또 그 신이 나올까봐 앞부분을 돌려보는 짓도 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를 한 번 보고 나면 꼭 다시 한번 보는 게 내 습관인데도.. 보는 내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알렉스가 무슨 잘못을 해서 저렇게까지 당해야 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강간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남자가 있다면 이 영화 한 번 꼭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관객이 당장 화면 안에 뛰어들어가 강간범을 죽이고 싶을 정도니까. (그럴 정도인데, 강간신 중간에 지하도 뒤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간은 대체 누구냐고~!!!)
이 신을 다시 볼 거라면 차라리 영화 앞부분에 나오던 소화기 살해 신을 열 번 보는 게 낫겠어. 그 신은 차라리, '노컷으로 찍으면서 멀쩡한 사람 얼굴이 두부가 되는 걸 어떻게 합성했을까?'라고 궁금해할 정도는 됐다.
영화는 잔인한 복수를 하는 마커스와 피에르-그들이 복수할 상대를 찾아다니는 과정-알렉스가 강간당함-클럽에서 알렉스가 혼자 나옴-훨씬 전 알렉스와 마커스의 행복했던 시간 이렇게 역순으로 진행된다. [메멘토]도 이런 진행이었지만, 그 영화는 그렇게 되면서 미스테리가 밝혀졌었지. 여기서 역순진행은 영화 속 메시지인 '시간은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듯하다. 정말..시간은 모든 걸 망가뜨린다. 저렇게 행복했던 사람들까지도...(근데 내 생각에 이 메시지는 좀 급조된 느낌이 강하다) 이 마지막 장면은 그런 메시지 외에도 왜 마커스가 그렇게 흥분했고 왜 피에르는 그를 죽였나..에 설득력을 제공한다. 두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앗아가버린 존재에게 그토록 분노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고 나면, 정말 강간범이 사람같지 않을 것이다. !!! ~우워어. ㅠㅍㅠ 이것만으로도 분통 터지는데, 피에르가 죽인 놈은 강간범이 아니다!! 진짜 강간범은 놀란 얼굴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분통 터질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