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한번도 보질 못해서 궁금했었다.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간 보게 되겠지'라 생각했는데(여러 유명작품들에 대해 대부분 이런 태도를 취한다)마침 어제 OCN에서 해 주더군.
원작인 [위험한 관계]도, 우리 나라의 [스캔들]도 난 그닥 재미있게 보질 못했던 터였고 이 영화도 사실 흠잡자면 잡을 구석 무지 많다. 이게 통산 네번째, 현대버전으로는 두 번째 리메이크라는데 그렇게도 이 플롯엔 매력이 있나? 뭐랄까 난 약간 산만하단 느낌이 들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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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최고의 상류층인 캐더린(Kathryn Merteuil: 사라 미셸 갤러)과 세바스찬(Sebastian Valmont: 라이언 필립)은 의붓 남매. 캐더린의 남자 친구 코트 레이놀즈(Court Reynolds: 찰리 오코넬 분)가 순진한 세실에게 가버리자 질투에 휩싸인 캐더린은 복수하기 위해 세바스찬에게 세실을 유혹해 잠자리를 같이 해 달라고 부탁한다. 재력과 외모, 젠틀한 매너를 모두 갖춘 세바스찬은 지금가지 수많은 여자들을 거친 전력을 가지고 있고, 세실이 그에겐 너무 쉬운 정복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캐더린의 부탁을 들어준다.
원래 캐더린의 목표는 코트와 세실을 헤어지도록 하는 것. 그러나 세실은 엉뚱하게도 자신의 첼로 교습을 맡은 로널드 클리포드(Ronald Clifford: 숀 패트릭 토마스 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타켓이 된 여자는 바로 잡지에 '혼전 순결'을 서약하는 글을 기고한, 새 학장의 딸 아네트(Annette Hargrove: 리즈 위더스푼 분), 세바스찬은 가을 학기가 시작하기 전가지 정숙한 아네트를 유혹해서 잠자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캐서린에게 내기를 건다. 만일 세바스찬이 실패하면 그의 애마인 1956년 형 재규어를 캐더린에게 주고, 성공하면 그들의 부모들이 결혼하기 이전에 세바스찬이 항상 요구했던 것, 즉 캐더린이 세바스찬에게 하룻밤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
세바스찬은 아네트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공략을 펼치지만,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는 아네트 때문에 점점 애가 탄다. 그러다 아네트는 조금씩 세바스찬에게 마음을 열어 가고, 세바스찬은 그녀로 인해 그 동안 잊고 지내던 웃음을 되찾는다.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바스찬. 그러나 그는 침대로 이끄는 아네트를 뒤로 한 채 방을 나와 버린다. 그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걸까? 진정으로 아네트를 사랑하게 된 세바스찬. 그에게 있어 아네트는 더 이상 게임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세바스찬이 아네트 때문에 이제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어졌음을 알게 된 캐더린은 불같은 질투에 휩싸이고, 그녀의 질투심은 또 다른 사건을 몰고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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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재미있게 봤다. 그 이유를 대라면 확실하게 배우들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 라이언 필리피에 사라 미셸 겔러, 리즈 위더스푼에 셀마 블레어...모두 내가 맘에 두고 있는 배우들이 아니던가! 배역도 배역인지라 여기서 그들은 한껏 젊고 매력적이고 섹시하다. 특히 세실 역을 맡은 셀마 블레어는 늘 그렇듯이 참 내 맘에 드는 제스처를 선사한다. 리즈 위더스푼도 [금발이 너무해]때부터 맘에 두고 있었는데 그녀의 과거란 이런 것이었군.
그리고 라이언 필리피..이 영화 얘기를 내게 하는 이들은 꼭 이 사람을 언급하고 넘어가는데,과연 그럴만 하군! 이 영화에서도 아주 매력적이고 섹시해. 딴 영화에선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네..보면서 반 갈라진 아랫입술이 저래서 섹시한 거구나! 생각했다. 저 아저씨를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낚아채고야 만 리즈 위더스푼..쩝 부럽다.
하지만 역시 사라 미셸 겔러가 이 영화의 일등공신이라 여겨진다. 부와 권력의 정점에 선 이중인격의 미녀라-솔직히 보기 전까진 사라 미셀 겔러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았는데 멋졌어! 근데 오랫동안 저 포스터만 봤던지라 영화에서 체구가 작고 가냘픈 그녀가 웬지 생뚱맞았음... 아무튼 극중 캐더린의 캐릭터가 참 맘에 들었기 때문에 결말이 꽤나 못마땅했다.
참, 이 영화 OST의 절반 이상이 내가 이미 알고 좋아하던 곡들이었다. 난 이 영화를 중반부부터 봤는데 크레이그 암스트롱의 [This Love]가 나오자 엥?하고 중얼거렸더랬다. 엔딩을 장식하는 Verve의 [Bitter sweet symphony] 같은 경우 나 나름대로 이 곡을 들으며 만들어온 단독적인 심상이 있는지라 가뜩이나 급조된 느낌이 강한 엔딩에서 꽤 따로 놀듯이 받아들여지더라는..
아마 [애니 기븐 선데이]와 함께 음악을 먼저 알고 좋아한 영화로 기억에 남을 듯 싶다. 그나저나 애니 기븐 선데이도 빨랑 봐야 할 텐데..ㆀ
p.s 번역제목이 맘에 안든다는 데 공감한다. 꼭 이렇게 안 지어도 됐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