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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친절한 금자씨 OST //
2.기도하는 금자 5.속죄 12.제니의 자장가]

● Poster ●
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을까..스스로도 궁금했다. 지금까지도 한 번 더 극장에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되는 영화인데 말쌈이야. 두번째로 볼 때엔 처음 볼 때와 느낌이 많이 다를 테고, 아마 더욱 재미있으리란 큰 기대를 안겨준다.
키 160이 조금 넘는다는 이영애의 자그마한 모습과 상대적으로 너무나 긴 머리(만큼 긴 감옥생활), 아직 하지 않은 눈화장 대신 눈빛을 감춰주는 선글라스와 굉장히 오래된 옷. 영화 속에서 주로 하고 다니는 일명 '복수 패션'의 전초전으로서, 출감 직후의 모습 한 장만이 덩그러니 담긴 포스터. '썰렁하다'는 비판도 있는 모양이다. 케이크 속에 꽂혀 있는 무미건조한 과자 맛의 포스터.



● About ●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라는 큰 틀에 속죄라는 꼬리를 붙이고, 여자교도소 죄수들간의 미묘한 관계나 금자에게 매료된 이들의 운명을 색색이 다른 가루로 빻어나간 케이크 같은 영화다. 전개 과정에선 하드보일드 액션 맛을 살짝 내고, 클라이막스에서는 블랙 코미디에까지 욕심을 부렸다.
금자씨가 제단에서 내려와 울면서 백선생을 마구 때리고, 원모에게 속죄를 구걸하는 인간 이금자가 되어 가면서 영화는 구질구질해진다. (이 구질함과 처절함이 어떤 관객을 실망시킨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괴당한 아이의 부모들이 그들 나름의 죄책감, 두려움, 물욕, 피해의식을 공유하고 있을 때엔 또다시 그녀는 '마녀 이금자'로서 처연히 서 있다. 이미 조금은 얼굴에서 나는 빛을 잃은 채로.




복수가 정점에 달하고, 모든 것이 끝나간 후에도 담배 연기 사이로 그녀를 노려보는 원모의 눈빛은 마치 갈라진 상처를 벌리듯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와 그녀의 죄의식을 자극한다. 그녀가 백선생에게 그랬듯이 원모는 그녀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용서를 구하는 말조차 듣지 않고 사라진다. 결말부 딸 제니의 앞에서 금자는 두부케이크에 얼굴을 파묻은 채, 결국 용서받지 못한 자신에게 절망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단맛의 예쁜 재료들을 가득 넣었지만 약간은 짜고 쓴 맛이 나는 케이크가 되었다.


● Actor & Actress ●



당연한 얘기로 이 영화는 이영애라는 배우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된다... 이미지 변신과 함께 기존 이미지의 보존. 이영애는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을 것이다. 이미 톱스타로서 관객에게 새겨진 이영애의 기존 이미지를 뒤집으면서 생기는 충격과 카타르시스. 박찬욱 감독도 원하는 걸 가졌다.


생각해 보니..이영애가 지금의 청순가련하고 약간은 인간과 거리가 먼-말하자면 인형 같은 모습으로 각인된 이유가 무얼까? 생각하기 시작하니 못견디게 궁금해진다. 옛날의 그녀는 꽤나 경박해 보이는 연기를 많이 했었다. 전작 JSA,선물,봄날은 간다,대장금,초대 등등등 기억나는 것만 따져봐도 크게 청순가련한 '척'은 안 했었다. 하나같이 표정과 행동이 크고 뚜렷한 역할들이었지 그녀도 꽤나 고도의 배우다. '연기자로 살아가는 인간 이영애'의 이미지를 인형으로 우리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맑고 단아한 독신 여자,하지면 연기를 위해서는 열심히 망가지는 직업 배우의 모습으로. 타고난 이목구비의 역할도 클 테지만 말야.


요즘 이영애 붐이 다시 불면서 옛날 화보 사진들도 돌던데..그녀도 벌써 35세. 조금씩 입가가 처지는 것이..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웬지 안타깝지만, 금자도 33세니까 뭐. 클라이막스에서 이영애가 보여준 표정은 그녀의 긴 연기생활 동안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그것이다. 빨리 DVD가 나왔으면 좋겠네. 그 표정 캡쳐 뜨게..(웬지 악플반사용 이미지로 쓰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드는 표정..ㆀ)



[올드보이]와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내가 보기엔 꽤나 다른 영화다. 주인공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것. 이 차이만으로도 두 영화는 꽤나 많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올드보이]의 강혜정과 달리 [친절한 금자씨]의 김시후는 비중 자체가 적은 편. 죽은 원모 대신 쑥쑥 자란 그는 금자씨를 동경하고 그녀와 함께하는 삶마저도 몰래 꿈꾸고 있다. 금자씨는 그에게 육체를 주고, 그의 동경을 무시하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은 채 그저 놓아 둔다. 그는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는 캐릭터가 아닌, 금자를 지켜보고 금자에게 관조되는 하나의 피사체로서 존재한다. 이 소년의 캐릭터는 아무리 봐도 '현실 속 천사'인 것 같은데 어떠려나? ('하세요'는 참 히트였지)



최민식씨의 열연, 역시 돋보였다. 난 그 통역장면 네이티브 스피커 쓴 줄 알았는데 본인이 직접 했었다니..놀랍기 그지없구나. '백선생'은 어디내놔도 손색없는 천하의 백치 악당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로비에 [꽃피는 봄이 오면]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시골 교사 양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최민식의 얼굴. 방금 보고 나온 백선생과 그 웃는 얼굴의 이질감이란 참..역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표정이라는, 만화학의 진리를 재확인했다.


● Grade ●

★★★★

악평이 꽤 많은 모양인데 난 참 재밌게 봤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정말 '폼나게' 만든다. 금자씨의 아름다움과 청아한 목소리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관객들의 마음을 앗아가는 새,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와 보여주고 싶었던 영상을 차곡차곡 풀어놓는다. 그걸로 끝이기에, '불친절한 찬욱씨'라고도 하는 모양이다만(캬두둑)


● Caption ●

"왜 이렇게 눈을 시뻘겋게 칠했어?"
"친절해 보일까봐.."
"금자야, 눈화장이 그게 뭐야아~"
"사모님,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거에요.."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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