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가 불통이 된 며칠 동안 유미가 빌려준 MSN 아이디로 영화를 감상했다.
마들렌/색즉시공/나쁜남자/기묘한 이야기/죽어도 좋아/몽정기/비밀/이투마마/도니 다코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드디어 [투게더]를 봤다는 것이다..
내가 왜 기뻐하는지는 홈페이지에 오래 오신 손님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주인공 샤오천 역을 맡은 탕윤이라는 놈은 나의 이상형이기 때문이다.
영화 홈페이지에서 예고편 한 편만 보고 뻑 가버린 또라이틱한 사연이 있었다..

기쁜 나머지 홈 BGM에 OST를 다시 한 번 더 넣어 버렸다.
영화 속 탕윤은 목소리에서 표정,몸짓,바이올리니스트다운 긴 손가락..
그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간혹 나오는 반항기 어린 건방진 포즈를 보고는 굴렀다..(귀여워서)
저 영화는 작년에 찍은 것이고, 한창 자랄 나이니 지금쯤은 많이 늙었겠지...(도대체 늙었다는 기준이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렸다.
아아..그래도 저런 매력이라면 늙었어도 충분히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영화 자체 내용도 볼만한 내용이었는데다가(느낀 점이 많았다)
탕윤의 미모까지 구경하느라 일곱 번 정도 다시 봤다. 그리고 지금 또 보고 싶다.
엉엉...투게더 DVD 반드시 사고 말테다..


내려다본 앵글의 뒷모습이 잡힐 때 나도 모르게 화면에 손이 가는 것을
억제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내가 골수 쇼타콘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중국 최고의 흥행작 주연의 정보를 전혀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답답하다.
하다못해 이메일 주소나 홈페이지라도! ;ㅍ;)/ 갈쳐줘~~
'너와 난 운명이야'랍시며 연예인에게 찰싹 붙어 쫓아다니는
스토커들의 심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탕윤이 반드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한국에도 공연을 오기를 바래봐야 할 것 같다.
아니, 언젠가는 저놈 만나러 중국에 가고야 말리라..언제 어떤 모습으로든.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을 써보자면...
가벼운 영화인데도 너무나 묵직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너무 예상한 대로 시나리오가 풀려서 좀 김이 빠졌다. -_-;;
대중적인 코드로 쉽게 풀어간 영화인데도
워낙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어려운 문제라서였을까.
라스트신은 과연 감동적이었다.
너무나 상투적인 스토리라인에 연출이지만..
그래도 속아버리게 되는 건 역시 거장의 솜씨? ㅠ_ㅠ)b
차이코프스키의 콘체르토 D마이너가 이렇게 멋진 곡이었다니..



막냉이는 라스트신을 보면서 "대회 나가서 상 타는게 더 멋질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사실 내 생각도 그랬다.
아버지를 안고서 어딘가를 바라보던 샤오천의 눈빛에는 아쉬움도 담겨 있는 듯했다.
(사족으로, 중국에선 열세살이면 애가 아닌 걸까?
행동거지가 열세살치고는 상당히 어른스럽다..)



뭐..짧게 정리해 보자면 패왕별희를 보고 느꼈던 어떤 오라가 투게더에서도 느껴졌다.
첸 카이거 감독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원래 차이니즈 중엔 장이모 감독을 좋아했건만..)



나머지 영화들에 대한 단상-




마들렌
주인공들도 너무 예쁘고 화면 색채도 소품도 너무 예뻐서 되레 포장된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는 별로 기대 안 하고 봤는데(신민아를 좋아해서 봤다) 의외로 볼만했다. 비현실적인 면이 다분하고 배우들이 다들 너무 어려보인다는 것만 빼면..(25살이라니? 15살이래도 믿겠다) 그리고..조인성은 되도록이면 머리를 안 기르는게 좋겠다.;;




색즉시공
이렇게까지 영화에 실망하기도 쉽지 않지. 너무 재미없었다..... (이미지 찾기도 짜증나는군)
그래도 미련이 있어 끝까지 보긴 봤는데 기분만 더러워진 영화 -_-;; 안 봤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었을 텐데.
임창정과 하지원 연기 인생의 오점으로 길이 남으리라.




나쁜 남자
보는 내내 으시시한 느낌이 들어서 계속 떨었다.
한 사람의 악의와 폭력이 다른 한 사람을 저렇게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건가?
창녀촌에 대한 묘사가 너무 비현실적인 것 같았다. 요새 저런 데가 어디 있다고..
김기덕 감독이 감각이 탁월하다는 건 인정해야겠지만, 그래도 역시 마음에 안 들어.
이 사람을 상대로 여성비하로 걸고 넘어지는 건 핀트가 좀 틀렸고..
다만 자신의 터무니없는 여성 판타지를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
섹스를 들이대며 자신의 애정을 보상받길 소망하는 남자의 유치함.
그게 에러 아닐까나.
참,주인공인 한기(조재현)가 왜 계속 말이 없을까 보는 내내 궁금했었는데
쫄따구를 때리면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가 얼마나 골때리던지...
으허허허허허 ㅠㅂㅠ 그래서 입 닫고 있었구나.




기묘한 이야기
이상하게 계속 에러가 나서 막냉이와 나를 애태웠던 영화.
막냉이를 배신하고 나 혼자 불꺼진 새벽에 봤는데 하필 첫판부터 무서운 이야기였다.
산장 잠깨우기는 이미 알고 있었던 얘기였고 그 뒤의 스토리라인도
너무 예상한 대로 진행되어 허무할 지경이었는데도 무서운 건 무서웠다. -_-;;
원래 이야기가 하나 더 있었다고 들었는데, 차라리 두번째 이야기 대신
그걸 넣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발상은 괜찮았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던 두번째 이야기였다.
세번째 이야기...혹시 남자주인공이 카시와바라 다카시?
그런데 연기 정말 끝장나게 못 하는구나. ㅠㅂㅠ
(난 어째서 사진 한 두 번 본 배우들 이름 기억하는 데에 뇌세포를 소비해 버릴까)



죽어도 좋아
남의 생활을 배후령이 되어 쭉 지켜보고 있는 듯한-나는 이걸 단편영화 느낌이라고 부른다-필이 풍겨서 참 좋았다.
주인공이 노인이라는 것만 빼면 그냥 평범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예상에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노인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
나이가 들어도 삶의 즐거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조근조근한 메시지.
섹스도 하고, 함께 목욕도 하고, 아프면 돌봐주고, 서로 모르는 걸 가르쳐 주고...
"이런 게 부부여"란 대사, 나도 동감한다.
노인들이기에 더욱 서로를 배려할 줄 알고 세상살이에 모난 데 없이 순한 모습이었다. 왜 신은 인간이 젊고 강한 몸을 가지고 있을 때엔 그런 지혜를 가질 수 없게 해놓았을까? 하긴 나이를 헛먹는 사람도 있으니..
실존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거라 그런지 어찌나 연기가 감칠맛 나던지..
테크닉은 좀 떨어져도 느낌은 진하게 오더라. 저런 건 전문 배우들은 할 수 없겠지..
(닭을 잡으면서 닭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니 마치 친척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다)
사족으로...할아버지,일흔 넘은거 맞아요?;; 영화 설명을 보니 무려 7분..;




몽정기
코미디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곤 하는 깊이가 없다는 아쉬움이 몽정기를 보면서도 왔다.
하지만 다들 귀여운 수준이라 그냥 웃고 넘길 만 하더라.
작년 서울에 올라갔을 때 언니 일행은 이 영화를 보고, 우리 일행은 [중독]을 봤었더랬지.
주인공 중 한 명이 윤성이랑 비슷하다던 언니의 말이 문득 생각나서 데굴데굴 굴렀다...ㅠㅂㅠ아, 윤성군 미안혀.




비밀
이게 그렇게 감동적인가?  솔솔한 재미는 있었지만, 좀 너무 억지스러운 전개 같은데;
료코 본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딸의 몸에 엄마가 들어간다라..그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딸의 몸을 아버지가 범할 수는 없으니 동침도 할 수 없고,
남편은 서서히 늙어갈 텐데 부인은 한창 좋을 나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사랑하는 딸의 몸은 그대로 있는데
정신만이 사라져 버린 상황을 부모가 어떻게 감내해야 할까..
내가 만약 이런 스토리로 만화를 그린다면?
결말을 어떻게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영화의 결말은 내 예상을 뛰어남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실망했던 것 같다.
라스트신을 보면서 '설마, 반지를 넣어뒀던 곰인형을 가져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딸인 척 한 엄마였다는 시시한 반전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대로 될 줄이야.
그냥 인형만 보여줬어도 관객은 알아봤을 거라고 본다.
그렇게 치밀한 엄마가 그 중요한 순간에 손놀림 하나 단속 못 할 리가 있겠는가!



이투마마
주인공들이 한 마디로 탕아들;
하지만 스토리는 방탕하지 않았고, 또한 인물들이 끝까지 방탕하도록 버려두지도 않았다.
좀 에로한 외화가 늘상 그렇듯이 전형적인, 마케팅과 속알맹이의 안드로메다급 차이가 있다.
허우적대는 난지도 속의 지독한 슬픔,
약속할 수 있는 것도 믿을 수 있는 것도 없이 순간의 즐거움에 몸을 던져버리는 젊음들.
보기 괴로웠다.
그런데 쓰리썸, 좀 더 길게 넣어주지 +ㅂ+(야오이를 감상하게 될 기회였다는;;)



도니 다코 
호기심 때문에 봤다. 주인공이 토비 맥과이어를 많이 닮았군..이란 생각을 하면서.
사실 이런 류의 미스테리 영화는 머리를 아프게 해서 재미없을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꽤나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시종일관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같이 본 막냉이는 지루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주 좋아하더군..특히 토끼괴물..-ㅂ-;;


좀 있으면 [메멘토]와 [GO]를 볼 계획이다.
기대되는 영화를 보기 전의 기분은 마치 초야를 맞는 새신랑 같달까..



그리고 [사토라레]랑 [올드보이] 보고 싶다..ㅠㅂㅠ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