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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부르는 것만으로 행복한 공주님이 아니니까
평생 써도 다 못 쓸 만큼의 돈을 벌겠다는 나나의 솔직한 포부와 의지.
그게 참 좋았다.
만화주인공들은 가식을 많이 떤다.
[**만 있으면 행복해]라고.
쳇! 현실이 아니라 만화의 인물이라는 걸 있는 대로 티내는군~ Gap Gap Gap!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은 필요하단 말이다---찌들었나?
(세 가지란? : 확고한 자기자신-꿈이라고도 부르는/필요한 만큼의 돈/나 이외의 타인)
나는? 만화만 그리면 행복할까?
그럴 리가 없잖아~당연한 거 아냐?
내 맘에 차게 그려져야 행복할 것이고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니 인정받아야 행복할 것이고
직업이니 돈이 들어와야 행복하고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만큼은 댓가가 돌아와야 행복할 것 아닌가?
물론 만화를 혼자 그리고 있을 때의 그 짜릿함을 결코 무시할 수 없지.
결국 그것 때문에 '만화질' 계속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만화 이외의 것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는 작가분들을 보면서
프로 만화가의 꿈을 이룬다는 것은 꿈의 성취로 끝인게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란 걸 절절히 알게 되었다.
한 마디를 넘으면 그 뒤에는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엎친 데 살짝 덮쳐주자면 직접 겪는 것과 옆에서 보는 거랑은 천지차이지.
나는? 프로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다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현상유지하자]가 될까,
[이젠 최고의 만화가로!]라는 새 목표를 세우고 버닝할까?
가만히 머물러 있고 싶어하는 마음과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디는 마음 둘이 맞부딪친다.
이것도 미리 생각해두진 않겠어. 닥쳐봐야 결정할 수 있을 테니.
그보다 첫번째 텀을 넘는 게 우선이지. 지금은.
나나처럼 큰 포부를 가져볼까?
이왕 만화가가 된다면 인기만화가가 되는 것이 좋을 것이고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명예도 얻고 힘도 얻는다면 그 아니 좋을소냐.
아무것도 없는 나보다는 돈과 명예와 힘이 있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흐뭇하게 만들고 싶은 그런 모습.
하지만 그건 또 동시에 숨막히는 일. 절레절레...
이번 홈페이지,정말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당장 내려버리고 싶은데 오히려 칭찬은 가장 많이 들었다.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좋은 홈페이지라고, 이런 홈페이지 하나 있으면 기분 좋겠다고.
어째서 내가 원하는 것과 타인이 원하는 것 사이에는 이토록 갭이 큰가.
여행을 가고 싶다.
언젠가 영어와 일본어,중국어를 모두 마스터해서 세계 일주를 다녀보는 게 꿈이다.
전세계 각지를 다 다녀보고 싶다.
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과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접해보고
그들에게서 배우고 싶다.
버스여도 좋고 기차여도 좋고 비행기여도 좋고 자가용이어도 좋아라.
무작정 걸어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몸 고생하면 머리에 꽉 차는 것이 불만뿐인 나인지라 돈이 있어야겠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와주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몇 명과 함께..
요즘 뭐하고 있는지 시시콜콜 쓰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그건 웬지 [나 이만큼 노력하고 있어. 나 이만큼 고생하고 있어.
나 이만큼 바빠. 나 성실하지?]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 좀 민망하다.
(딴 사람들이 그래 보인다는 게 아니고 내가 그런다고 할 때..)
내가 내 미래를 위해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확인시키는 것만 같다.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런 것.
이 홈페이지를 만든 애초 목적이 그거였다.
현실 속에서는 살 수 없는 나를 살게 하는 것.
그러니 현실의 나와는 많이 달라도 괜찮겠지?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