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는 창조의 충동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구분된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창조의 충동이야말로 그의 재능의 다른 이름이다.'
이 글귀를 보고 "맞아."라고 중얼거렸다.
끊임없이 그리고 싶고 쓰고 싶은 열정은 그 어떤 재능보다 우선시되는 재능이다.
자신이 하고 싶으니 아무도 막을 수 없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구마구 연습이 된다.
충동을 채워나가다 보면 포트폴리오가 하나하나 채워진다.
하는게 좋아 미쳐서 계속 해대는데 실력이 늘지 않을 재간이 없는 거다.
의무감이 들어가기 시작할 때 이미 열정은 닳고 있는 게 아닐까.
바빠서 하지 못했다라...난 이런 변명을 들으면 그 사람의 열정이 의심스러워진다.
대통령은 바빠서 정치를 못하나.
영화감독은 바빠서 영화를 못 찍나.
가수는 바빠서 노래를 못하나.
배우는 바빠서 연기를 못하나.(아,이런 사람들 가끔 있다)
바빠서 밥을 못먹거나 잠을 못자거나 목욕을 못할 수는 있겠다.
(몸에 불평할 거리를 절대 주지 말자는 주의의 나는 다르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만화를 그리라고 강제로 시키지 않았다.(그만두라고 말리기는 한다)
그냥 그리는 게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에 이때까지 계속해 왔지 않았는가.
차라리 하기 싫었다고, 부지런하고 싶은데 내가 좀 게으르다고 솔직히 말해주면 좋겠다.
그런 솔직한 고백을 들을 때 그 사람에게 호감과 동질감이 생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항상 그 무엇보다 앞서는 게 아닐까? 자신을 바쁘게 만드는 주체는 바로 자신이 선택한, 가장 좋아하는 일이 아닌가...
질책이 아니라 격려의 의미로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이 자신을 괴롭게 만든다면, 그 일을 왜 좋아했는지 떠올려 보라고-그 즐거움을 다시 되돌이켜 보라고. 그러면 의욕이 좀 나지 않을까?
만약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즐거움이라면 재빨리 그만두고..자기자신만 망가질 뿐이다.
이것저것 신경쓰고 살아갈 일이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선가르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을 빛내는 건 꼭 재능있는 이들만의 몫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왈가왈부할 자격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나는 말하고 있으니까.
며칠 전엔가 탕 윤이 나오는 길고 긴 꿈을 꾸었었다.
저녁 6시쯤에 잠들어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무려 12시간을, 도중에 깨어났다 말았다 하면서 계속 꾸었다.
마치 수마에게 붙들린 것처럼 일어나려고 애를 썼는데도 일어날 수가 없었고, 보통 꿈을 이어 꾸기란 건 무리한 일인데도 계속 꿈의 내용이 이어졌다.
탕 윤을 꿈속에서 계속 보고 싶었던 의식의 발로가 아닌,꿈이 나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런 의식의 발로였다면 탕 윤과 함께 즐겁게 니나나니노 하는 내용이었어야 옳다.꿈속의 그놈은 몹시 싸가지가 없었다)
마침내 완전히 깨어나서, 꿈 내용을 정리해 보고는 의미심장함을 느꼈다.
그건 자아의 경고였다.
하루종일 자우림의 [망향]을 들으면서, 꿈 내용을 각색해 [메리 크리스마스,류이치]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로 썼다.
써 놓고 보니 뭔 소린지 모르겠네..엉망이었다. 그래도 머리 속에서 해삼뼈처럼 떠다니는 것보다 글로 써 놓은게 정리가 되고 나았다.
이걸로 만화를 그려볼까-아니,그전에 지금 하고 있는거 끝내야지..
만약 이걸 만화로 그린다면 보는 사람은 당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한 번 그리고 싶다.
가끔은 꿈이 현실보다 더 현명하다.
암만해도 맘에 안 드는 이 홈을 짧은 시간내에 뚝딱 바꿔버릴수 없을까 하고 흉계를 꾸미고 있다.
알콩달콩(다비언니의 컴 이름)이 홈 메뉴의 이미지맵을 못 읽는 것 같아서 빨리 고쳐야 할 것 같다.
[One Day]는 이번 다비언니 차례를 넘고 나면 1부가 끝나고, 휴식기간을 갖게 된다.
난 릴레이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합작 작업 자체에 기본적으로 회의를 가지고 있다. 상대를 내 의도에 맞춰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괴벽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니 다비언니가 고생이 많았겠군. -.-;;
마음을 비우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 이번에도 머리속에서 하나의 스토리로 뿌리를 내려버렸다.
하지만 그건 '내 것'이 될 수는 없겠지.
그 아쉬움을 고별사로, 스타트.
대답해봐,너는 어디까지 독해질 수 있지?
콘티를 보며 연필데생을 떠가다가 멈칫했다.
콘티의 그림체와 연필데생의 그림체가 같은 사람의 그림 맞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퀄리티를 떠나-콘티 쪽은 약간 만화틱한데, 연필데생은 극화 쪽에 가깝다.
예전엔 콘티도 극화처럼 그렸다.
연필스케치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1년 전의 3배가 넘는다.
한숨이 나온다.
'4초 데생'이 어지러워진거다.
그동안의 연습부족과 태만이 가져다준 시큼한 벌이다.
어떤 만화가는 코나 입 모양이 이렇다는 식으로, 인물을 그리는 데에 있어 정해진 특징이란 게 있기 마련이다. 난 이걸 4초만에 그려진다는 뜻으로 '4초 데생'이라고 부른다.
이게 확고하게 잡히면 그리는 속도를 높여도 날리는 게 덜하다.
그런데 내 그림은 그릴 때마다 얼굴이 달라진다.
아윽!
그리다 말고 마구 발작하고 싶은 걸 다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