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쓰레기처럼..그저 아무 생각없이 나를 놓아버리고 싶다.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내면의 소리에 '듣기 싫어!'라고 귀를 막아버리고 싶다.
그러면 나중에 후회할 거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정말 쓰레기 같다.
기분이 좋아져주질 않는다.
사실 모든 것은 예전보다 나아져 가고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나인데, 바로 그 문제를 벗어날 수가 없다.
내면은 이렇게 개떡 같은데 겉은 그런대로 살아가는 내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영화나 만화 이야기를 하고 홈페이지에 일기를 쓰며 스토리를 쓰고 음악을 듣고..
밥을 지어 먹고 샤워도 하고 머리도 빗고
죽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살아가는 내가 정말이지 모조품 같아 견딜 수가 없다.
나에겐 스스로 나를 끝낼 의지조차도 남아있지 않다.
그저 받아들이며 흘러갈 뿐이다.
삶의 의미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방에 진열해둔 모조품들에는
하나하나 금이 가고 곰팡이가 슬고 있다.
더 이상 그들을 살피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내일 아침엔 이왕 태어난 삶을 좀 더 예쁘게 가꿔보리라 결심하겠지만
내일 밤엔 삶을 버려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모조품을 닦고 윤을 내어 진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 우스운 짓거리를 이제 더는 하고 싶지 않다.
난 인간도 아냐 인간도 아냐.
하지만 쓰레기도 아냐.
하지만 인간도 더더욱 아냐.
결국은 쓰레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