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매일 조금씩, 그저 수명이 줄어들어가고 있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엔 그 속도가 빨라졌다는 생각도 든다.
김윤아의 노래 가사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그저 살아(사라)지고 있는 것인지..
다들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라 하더라도, 좀 더 어깨 으쓱하고 가벼이 등에 업은 채 비슬비슬, 삶을 걸어갈 수도 있을 텐데, 왜 난 그렇게 되지 않을까.
2.
핸드폰 요금이 한 두 달 지나갈수록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결국 3분 이상 정액제 부가서비스 신청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 내가 속해있지 않았던 '월 10시간 1회 30분 이상 통화족'이 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나저나 내가 언제 SMS를 454건씩이나 사용한 걸까..정말이지 문자사랑 요금은 나에게 딱이다. 3월은 아직 반 정도 남았는데 무료문자는 벌써 다 써가니 어쩌지?
3.
지금 그대로도 행복하니, 라고 물었었지.
아마 난 그때 그 질문의 뜻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오기를 부렸을 뿐인 것 같아.
4.
이상하게도, 요즘 연애가 고프다.
하지만 마음이....차가워
비단 인간관계만이 아니라,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모든 일상다반사에
내 마음이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다.
스스로 걱정될 정도로, 원래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초조할 만큼
열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되지 않는다. 좋지 않은데...
왜 해야 해,라고 정의내리기만을 요구하며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주변 사람들이 문을 두들겨 줄까.
타인의 따스함은 오래 가지 않는다...
5.
스트레스는 이겨낼 수도 치료될 수도 없고,
단지 피해갈 수만 있을 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더랬지..
보통 이렇게 마음이 음울할 땐 사람이 본능이란 게 있으니
어떻게든 기분 좋아질 수단을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난 자랑스럽게도, 즐거워할 꺼리를 그 자리에서 몇 개든 찾아낼 수 있고
단순해서 기분 나쁜 것도 금방 잊어버릴 수 있는 인간이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스스로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인간이라 생각해 왔었는데
아니었나보다.
지금 지친 마음을 위로할 만한 것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효과가 없다.
그야말로 시간이 약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이 상태.
긍정적인 말과 교류를 아무리 쌓아도, 그냥 돌덩이 몇 개처럼
마음 속 콜타르로 된 바다에 침몰하여 그 점도(粘到)가 전혀 묽어지지 않아.
분명 만화에서 위안을 얻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언제인지, 이제는 나에게 1%의 즐거움을 위해
99%의 괴로움을 감수하는 그런 일이 되었다.
그 1% 때문에 장래희망으로까지 생각하고 있음이,
희한할 정도로 전혀 흔들리지 않음이 지금 생각해 보니 섬뜩하기조차 하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우울할 때,
혹은 극단적으로 들뜨고 흥분되어 있을 때의 체험이
보통 나에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 주었었지.
나라는 인간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어설프게나마 쌓아온 데이터도 모두 재수정을 요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