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악운이 오늘 절정에 달했다.
사람이 살면서 한 번은 하드를 날린다고 하지만 그게 바로 오늘일 줄은 몰랐다.
아니 이렇게 무방비상태에서 잔혹하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이상하다고 알게 된 건 바로 며칠전 새로 깐 프린터 드라이버를 컴퓨터가 검색하기 시작했을 때.
작업표시줄을 보니 빠른실행이 하나도 없다.
시작메뉴를 열어보니 메신저가 안보이는 걸로 시작해, 프로그램 파일들도, 즐겨찾기들도 다 사라졌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검색해보니..
프로그램들이나 내 문서 하위 파일들이 뜨문뜨문 다 사라졌다.
자주 열어보는 모닝구 폴더로 들어가봤다.
새로 다운받은 사진집과 동영상들이 다 사라졌다.
프로그램에서는 어도비 계열과 파일복구 프로그램, 아드레날린 등등과 새로 구입한 산돌폰트들이 다 사라졌다.
내 문서 안의, 내 글들과 내 그림들 내 콘티들도 흔적조차 없다!!


마치 4월 초 컴퓨터를 한번 포맷하고 나서 아직 백업해둔 파일들을 깔기 전의 가벼운 상태와 비슷했던 것이다.
그것도 최근에 생성된 파일들만 다 없어져 있었다.


요즘 컴퓨터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부팅할 때마다 컴 안의 파일들을 무작위적으로 삭제한다는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아니 이건 내 개인적 손실이니 그렇다 치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돌아다니면서 다 다시 다운받으면 될 테니까)
지금 완성해줘야 할 홈페이지가 세개나 있다.
하나는 시안까지는 살아있는데 나머진 폴더채로 지워졌다.
게다가 약속보다 훨씬 늦어져있는 상태인데..이런 상태에서 파일들이 갑자기 지워졌다고 말해봐야 누가 믿어줄까? 젠장 내가 봐도 변명같다! 그런데 현실이다! 어쩌면 좋아!!


지금 어떡해야 좋을지 감을 못 잡겠다.
어떻게든 냉정을 유지하고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지금 검색엔진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사실을 알아갈수록 절망밖에 할 게 없다.
진짜 어떻게 하면 좋은가, 죽어버릴까?
왜 이런 별것아닌 고철덩어리 때문에 내가 인생의 절망을 맛봐야 하는 거냐?
무병장수 네가 날 죽고 싶게 만드는구나...어떡하라는 거니?



마치 실연당한 여자처럼 생각날 때마다 슬퍼지고 있다, 에이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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