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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스테리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언젠가 제대로 된 추리소설 콜렉션 한 질 소장하는 것이 로망이기도 하다.
꽤 된 일이다.
꿈속에서 추리드라마를 보게 된 것이..
주로 TV에서 추리드라마 문제편을 해 준 뒤
"범인은 누구이며 진상은 무엇일까요? 광고가 나가고 난 뒤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그런 형식이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드라마는 일본에나 있는 거 아닌가? 우리나라에도 있던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대개는 해답편이 하기 전 광고를 보다가 잠이 깨 버린다.
혹은 해답편을 보긴 봤는데 잊어버린다거나..
깨어난 직후에는 생생하던 꿈 내용 기억이 시간이 흐르면서
완전히 싹 잊혀져버리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안타까운 건 문제편의 내용은 기억하는데 해답편의 내용만을 까먹어버린다는 것이다.
해답편을 보면서 '아..그랬구나!'라고 놀란 기억까지 뚜렷이 남는데, 유독 내용만이 생각이 안나는 안타까운 증상이다.
계속 기억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스토리로 만들 텐데..ㅠㅂㅠ
머릿속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숨어 있어서,
'네 꿈속에 살짝 보여준 것 뿐이지 네 것이 아니야,그러니 다시 가져간다'라고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꿈꾸는 도중에 꿈인 줄 알아채고 꿈 속의 내용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걸
전문용어로 자각몽, 혹은 명석몽(Lucid dream)이라고 한다.
보통 꿈인 줄 알아채면 그 즉시 깨기 때문에 명석몽을 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막냉이는 자기의 경험을 빌어 명석몽이 아니라 유체이탈일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녀석은 언젠가 낮잠을 잤는데 꿈 속에서 동네 PC방에 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생생해서 꿈을 깬 후에도
마치 그곳에 방금 전까지 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나 역시 낮잠을 자던 중에 겪은 일이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보다 -ㅂ-;;)
가끔 가는 시내 상가의 2층 미술학원 안으로 창문을 통해 들어갔는데
내가 내 모습은 볼 수는 없었고 시야가 웬지 흐릿했다.
몸은 방 안에 누워 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꼈는데
양쪽 귀로 들려오는 학원생들의 잡담소리가 엄청나게 생생했다..
대화내용까지 기억할 정도였으니 유체이탈이라고 생각해 볼 만도 하다.
아아..갑자기 꿈 속의 자신은 자신이 아니라던 달마의 말씀이 떠오르누만..
자신은 자신을 볼 수 없기 때문이랬지.--
그런데..오늘은 아주 조금이지만 해답편의 내용을 기억해 냈다!
깨어나자마자 잊어버릴까봐 막냉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명석몽은 아니었다만.."..광고가 나가고 난 뒤 알려드리겠습니다"란 안내 멘트가 나오자
"안돼! 궁금해 죽겠어! 꼭 해답편을 봐야겠어! 오늘은 끝까지 볼거야! 잠이 깨면 안돼!!"
라고 생각했던 걸로 보아 꿈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았던 모양이다..
오늘 꿈에서 본 문제편의 제목은 계단 어쩌구였는데,
추리드라마였지만 미스테리 쪽으로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보다 공포스럽고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어서 본 것 같다.
이리저리 잡다한 단서나 연출상 인상깊었던 점도 다 빼고..기본내용은 이렇다.
외모도 똑같지만 재능도 막상막하인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
둘 다 무용을 전공했는데, 언니는 가냘프고 섬세한 느낌의 무용을 했고
동생은 과격하고 힘찬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무용 스타일처럼 성격 역시 언니는 여성스럽고 얌전한 편이었고, 동생은 성질이 급하고 사나운 편이었다.
그 둘의 전속 무용선생은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남자였는데,
생긴 것과는 달리 섬세한 스타일을 추구하여 늘 동생을 언니와 비교하여 꾸짖곤 했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동생도 충분히 훌륭했기 때문에 무용선생이 편애를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두 자매의 신경 간극은 날카로워져 갔는데,
늘 그렇듯이 선생은 대회에 나갈 사람으로 언니 쪽을 지명했다.
참아온 분이 폭발한 동생은 자살하기 위해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 각 층 계단 쪽 방을 쓰던 사람들이
동생이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다.
동생은 옥상에서 언니가 연습하고 있던 스테이지로 몸을 던져 자살했고
(어떤 건물 구조였기에 이런 진행이 가능했는지)
언니는 동생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에 말단 경찰인 주인공이 사건정리를 위해 학교로 왔는데,
자살한 동생의 유령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주인공이 사건 당시 목격자들에게서 진술을 조회해 보니
각 층 사람들의 증언에 차이가 있었다.
동생이 슬프게 울면서 걸어내려가고 있었다는 증언과,
분노에 찬 표정으로 무서운 기세로 뛰어올라가고 있었다는 증언이 따로따로 있었던 것이다.
언니는 그 시간 스테이지에 있었던 것이 확실하니,
울면서 계단을 내려가던 동생은 유령이 아니겠느냐는 소문이었다.
친구는 슬프게 울던 동생에게 말을 걸자
웃으며 "..미안해"라고 대답했다며 공포에 떨었고,
무용선생은 공포와 죄책감에 질려 주인공의 진술요구도 거부한 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타살 혐의도 참작되어 애인과 언니가 용의자로 떠올랐는데
언니는 죽은 동생의 유령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주인공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괴담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문제편의 마지막에 주인공의 확신에 찬 표정과 함께 자막으로 문제가 나타났는데..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대충 이런 문제들이었던 것 같다.
--동생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일까?
해답편은..안 가르쳐 줄란다 =ㅂ=(뭐냐!!)
혹시 스토리로 쓰게 될지도 모르잖앙.
하지만 안 쓰고 생략한 내용이 너무 많아
저 위의 내용만으로는 결말을 알 수 없을 거라고 본다;
뭐랄까 상당히 예상 밖의 결말이었다;;
요즘 보는 영화도, 만화도 계속 예상대로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꿈이 채워준 걸까?
꿈의 결말도 괜찮았지만 각색해서 다른 결말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