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스테리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언젠가 제대로 된 추리소설 콜렉션 한 질 소장하는 것이 로망이기도 하다.



꽤 된 일이다.
꿈속에서 추리드라마를 보게 된 것이..
주로 TV에서 추리드라마 문제편을 해 준 뒤
"범인은 누구이며 진상은 무엇일까요? 광고가 나가고 난 뒤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그런 형식이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드라마는 일본에나 있는 거 아닌가? 우리나라에도 있던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대개는 해답편이 하기 전 광고를 보다가 잠이 깨 버린다.
혹은 해답편을 보긴 봤는데 잊어버린다거나..
깨어난 직후에는 생생하던 꿈 내용 기억이 시간이 흐르면서
완전히 싹 잊혀져버리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안타까운 건 문제편의 내용은 기억하는데 해답편의 내용만을 까먹어버린다는 것이다.
해답편을 보면서 '아..그랬구나!'라고 놀란 기억까지 뚜렷이 남는데, 유독 내용만이 생각이 안나는 안타까운 증상이다.
계속 기억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스토리로 만들 텐데..ㅠㅂㅠ
머릿속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숨어 있어서,
'네 꿈속에 살짝 보여준 것 뿐이지 네 것이 아니야,그러니 다시 가져간다'라고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꿈꾸는 도중에 꿈인 줄 알아채고 꿈 속의 내용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걸
전문용어로 자각몽, 혹은 명석몽(Lucid dream)이라고 한다.
보통 꿈인 줄 알아채면 그 즉시 깨기 때문에 명석몽을 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막냉이는 자기의 경험을 빌어 명석몽이 아니라 유체이탈일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녀석은 언젠가 낮잠을 잤는데 꿈 속에서 동네 PC방에 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생생해서 꿈을 깬 후에도
마치 그곳에 방금 전까지 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나 역시 낮잠을 자던 중에 겪은 일이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보다 -ㅂ-;;)
가끔 가는 시내 상가의 2층 미술학원 안으로 창문을 통해 들어갔는데
내가 내 모습은 볼 수는 없었고 시야가 웬지 흐릿했다.
몸은 방 안에 누워 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꼈는데
양쪽 귀로 들려오는 학원생들의 잡담소리가 엄청나게 생생했다..
대화내용까지 기억할 정도였으니 유체이탈이라고 생각해 볼 만도 하다.
아아..갑자기 꿈 속의 자신은 자신이 아니라던 달마의 말씀이 떠오르누만..
자신은 자신을 볼 수 없기 때문이랬지.--



그런데..오늘은 아주 조금이지만 해답편의 내용을 기억해 냈다!
깨어나자마자 잊어버릴까봐 막냉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명석몽은 아니었다만.."..광고가 나가고 난 뒤 알려드리겠습니다"란 안내 멘트가 나오자
"안돼! 궁금해 죽겠어! 꼭 해답편을 봐야겠어! 오늘은 끝까지 볼거야! 잠이 깨면 안돼!!"
라고 생각했던 걸로 보아 꿈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았던 모양이다..



오늘 꿈에서 본 문제편의 제목은 계단 어쩌구였는데,
추리드라마였지만 미스테리 쪽으로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보다 공포스럽고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어서 본 것 같다.
이리저리 잡다한 단서나 연출상 인상깊었던 점도 다 빼고..기본내용은 이렇다.



외모도 똑같지만 재능도 막상막하인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
둘 다 무용을 전공했는데, 언니는 가냘프고 섬세한 느낌의 무용을 했고
동생은 과격하고 힘찬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무용 스타일처럼 성격 역시 언니는 여성스럽고 얌전한 편이었고, 동생은 성질이 급하고 사나운 편이었다.



그 둘의 전속 무용선생은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남자였는데,
생긴 것과는 달리 섬세한 스타일을 추구하여 늘 동생을 언니와 비교하여 꾸짖곤 했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동생도 충분히 훌륭했기 때문에 무용선생이 편애를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두 자매의 신경 간극은 날카로워져 갔는데,
늘 그렇듯이 선생은 대회에 나갈 사람으로 언니 쪽을 지명했다.
참아온 분이 폭발한 동생은 자살하기 위해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 각 층 계단 쪽 방을 쓰던 사람들이
동생이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다.
동생은 옥상에서 언니가 연습하고 있던 스테이지로 몸을 던져 자살했고
(어떤 건물 구조였기에 이런 진행이 가능했는지)
언니는 동생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에 말단 경찰인 주인공이 사건정리를 위해 학교로 왔는데,
자살한 동생의 유령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주인공이 사건 당시 목격자들에게서 진술을 조회해 보니
각 층 사람들의 증언에 차이가 있었다.
동생이 슬프게 울면서 걸어내려가고 있었다는 증언과,
분노에 찬 표정으로 무서운 기세로 뛰어올라가고 있었다는 증언이 따로따로 있었던 것이다.



언니는 그 시간 스테이지에 있었던 것이 확실하니,
울면서 계단을 내려가던 동생은 유령이 아니겠느냐는 소문이었다.
친구는 슬프게 울던 동생에게 말을 걸자
웃으며 "..미안해"라고 대답했다며 공포에 떨었고,
무용선생은 공포와 죄책감에 질려 주인공의 진술요구도 거부한 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타살 혐의도 참작되어 애인과 언니가 용의자로 떠올랐는데
언니는 죽은 동생의 유령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주인공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괴담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문제편의 마지막에 주인공의 확신에 찬 표정과 함께 자막으로 문제가 나타났는데..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대충 이런 문제들이었던 것 같다.


--동생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일까?


해답편은..안 가르쳐 줄란다 =ㅂ=(뭐냐!!)
혹시 스토리로 쓰게 될지도 모르잖앙.
하지만 안 쓰고 생략한 내용이 너무 많아
저 위의 내용만으로는 결말을 알 수 없을 거라고 본다;
뭐랄까 상당히 예상 밖의 결말이었다;;
요즘 보는 영화도, 만화도 계속 예상대로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꿈이 채워준 걸까?
꿈의 결말도 괜찮았지만 각색해서 다른 결말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AND



오늘 새벽 잠을 깨어서 느닷없이 존재의 의문이 생겼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맞는가? 지금 이 모습,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이 정말 나의 것인가?
그럴 때엔 평소에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모든 것이 얼마나 낯설게 다가오는지...
가끔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잠에서 깨자마자 이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확인도장 꾸욱..난 깨어났을 땐 거의 6번 자세다! : 아래께의 일기 참조)



왜 이런댜..
콘티 그려야지..하고 앉았다가 역시 귀가 심심해져 버려서 뷔욕 노래를 틀었다가..
이젠 홈페이지에 일기도 쓰고 있네;
아흐흑,뷔욕 아줌마 목소리 너무 좋아.ㅠㅅㅠ)b
아,그리고 [올드보이] O.S.T가 빨리 나왔으면...웬지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난 핑클 1집과 2.5집의 몇 곡들도 좋아해서 자주 듣곤 한다.



봐야지 봐야지 하고 계속 못 보고 있던 [메멘토]를 드디어 봤다.
어렵다는 평이 많아서 좀 걱정했는데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이해 잘 가던데?
주인공이 최근 10분 정도의 일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손실증이라는 설정이 특이했다.
10분씩 잘라서 일어난 일들을 역순으로 배열해놓은 구성이 처음엔 좀 뜨악했지만, 나중엔 금방 이해가 되었다.
바로 조금 전에 저지른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갖고 노는 조연들이란..(-,.-;;
보통의 영화는 클라이막스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처음에 살인이라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뒤의 전개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라스트는 꽤나 충격적이더군..그냥 순차적으로 배열해놓았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이야기가, 역순으로 배열해 놓아 하나의 훌륭한 스릴러가 되어 있었다.
보고 느낀 점? 글쎄..미래는 현재에 의해, 현재는 과거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니면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대로만 기억한다는 사실일까..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라는 대사가 절절히 공감가는 엔딩이었다.
자신을 자신이 속여도 그 사실을 금방 잊을 수 있고, 항상 믿는 대로만 행동하게 되는 주인공이 어떤 의미에선 부럽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의 기억력은 아무리 짧아봐야 그 이상은 되고, 마음속에 남으니까...
작정하고 있지 않으면 기억력이 제로를 달리는 나조차도 -,.-;




뷔욕의 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천재들이나 아티스트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엔 뷔욕은 천재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아티스트인 건 확실하다.
[어둠 속의 댄서]를 찍을 때 의상이 맘에 안 든다고 이빨로 물어서 찢었다는 그녀...
톱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는
[톱모델들은 10만 달러가 넘는 일이 아니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했고,
촬영 중 지금 당장 그네를 타지 못하면 죽겠다고 발악을 해서
스태프들을 모두 기다리게 한 채 혼자 그네를 탄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이나 유명인들은-어릴 적에 읽는 위인전에는 안 다뤄지지만-
보통 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든 면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혹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철천지로 뒤지는 면을 하나씩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그들의 예술적 기질을 불태운 것 같다.



고호는 늘 정신분열증에 시달렸다.
자화상이 닮지 않았다는 고갱의 비아냥에 격분해 자신의 귀를 잘랐고 결국 말년에는 권총자살을 했다.
미켈란젤로는 눈에 물감이 들어가 시력이 떨어지고 목이 굽어 가면서도 세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끝내 완성했고,
어릴 적 친구에게 입은 코의 상처로 콤플렉스가 심해 그 때문에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고야는 말년에 류머티즘 때문에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손에 붓을 묶고 그렸다고 한다.
간디는 정결한 삶을 평생 강조하고 살아온 도덕자였지만
그 자신은 죽기 전까지 늘 여자를 끼고 살았고,
차이코프스키는 아내를 자살하게 만들 정도의 지독한 동성애자였으며
톨스토이는 도박 중독증이었다.
에디슨은 가족도 직장도 돌보지 않는 발명광이었고,
그의 공장은 엄청나게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악덕기업이었다고 한다.
(헥헥.. 좀 길어지더라도 아는 것들을 다 나열해 볼까? 재미있네;)



성취와 광기는 불가분의 관계일까?
혼자만이 아닌 삶의 완성은 예술적 성취와는 양립할 수 없는 걸까?
혹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라는 걸까..



궁금했던 건 나의 인생의 가치였다.
살면서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최고를 꿈꾸는 사람에게 보통 사람처럼 안락한 휴식이란 것이 존재하진 못한다.
야망이란 나라에 휴식은 살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더랬지..
그렇다면 내가 선택하게 되는 건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개인적인 행복일까?
아니면 내가 이루어내고 싶은 어떤 것, 흔히 꿈이라고 하는..
개인적인 자아의 성취-그리고 야망일까? (어떤 야망이냐고? ^ㅅ^;;)
어느 한쪽을 택했을 때 나의 말년에는 회한이 남을까?
미리 결론을 내려두진 않는다.
어차피 닥쳤을 때엔 아무 소용도 없을 테니..




p.s : 천재들은 아침에 강하다고들 하던데,
그럼 그 사람들은 잠을 참고 발딱 일어날 줄 알았던 걸까? -,.-;
나폴레옹은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3시간도 안 된다고 했던가..
아으으..뜬금없군.
AND

홈페이지가 불통이 된 며칠 동안 유미가 빌려준 MSN 아이디로 영화를 감상했다.
마들렌/색즉시공/나쁜남자/기묘한 이야기/죽어도 좋아/몽정기/비밀/이투마마/도니 다코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드디어 [투게더]를 봤다는 것이다..
내가 왜 기뻐하는지는 홈페이지에 오래 오신 손님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주인공 샤오천 역을 맡은 탕윤이라는 놈은 나의 이상형이기 때문이다.
영화 홈페이지에서 예고편 한 편만 보고 뻑 가버린 또라이틱한 사연이 있었다..

기쁜 나머지 홈 BGM에 OST를 다시 한 번 더 넣어 버렸다.
영화 속 탕윤은 목소리에서 표정,몸짓,바이올리니스트다운 긴 손가락..
그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간혹 나오는 반항기 어린 건방진 포즈를 보고는 굴렀다..(귀여워서)
저 영화는 작년에 찍은 것이고, 한창 자랄 나이니 지금쯤은 많이 늙었겠지...(도대체 늙었다는 기준이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렸다.
아아..그래도 저런 매력이라면 늙었어도 충분히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영화 자체 내용도 볼만한 내용이었는데다가(느낀 점이 많았다)
탕윤의 미모까지 구경하느라 일곱 번 정도 다시 봤다. 그리고 지금 또 보고 싶다.
엉엉...투게더 DVD 반드시 사고 말테다..


내려다본 앵글의 뒷모습이 잡힐 때 나도 모르게 화면에 손이 가는 것을
억제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내가 골수 쇼타콘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중국 최고의 흥행작 주연의 정보를 전혀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답답하다.
하다못해 이메일 주소나 홈페이지라도! ;ㅍ;)/ 갈쳐줘~~
'너와 난 운명이야'랍시며 연예인에게 찰싹 붙어 쫓아다니는
스토커들의 심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탕윤이 반드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한국에도 공연을 오기를 바래봐야 할 것 같다.
아니, 언젠가는 저놈 만나러 중국에 가고야 말리라..언제 어떤 모습으로든.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을 써보자면...
가벼운 영화인데도 너무나 묵직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너무 예상한 대로 시나리오가 풀려서 좀 김이 빠졌다. -_-;;
대중적인 코드로 쉽게 풀어간 영화인데도
워낙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어려운 문제라서였을까.
라스트신은 과연 감동적이었다.
너무나 상투적인 스토리라인에 연출이지만..
그래도 속아버리게 되는 건 역시 거장의 솜씨? ㅠ_ㅠ)b
차이코프스키의 콘체르토 D마이너가 이렇게 멋진 곡이었다니..



막냉이는 라스트신을 보면서 "대회 나가서 상 타는게 더 멋질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사실 내 생각도 그랬다.
아버지를 안고서 어딘가를 바라보던 샤오천의 눈빛에는 아쉬움도 담겨 있는 듯했다.
(사족으로, 중국에선 열세살이면 애가 아닌 걸까?
행동거지가 열세살치고는 상당히 어른스럽다..)



뭐..짧게 정리해 보자면 패왕별희를 보고 느꼈던 어떤 오라가 투게더에서도 느껴졌다.
첸 카이거 감독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원래 차이니즈 중엔 장이모 감독을 좋아했건만..)



나머지 영화들에 대한 단상-




마들렌
주인공들도 너무 예쁘고 화면 색채도 소품도 너무 예뻐서 되레 포장된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는 별로 기대 안 하고 봤는데(신민아를 좋아해서 봤다) 의외로 볼만했다. 비현실적인 면이 다분하고 배우들이 다들 너무 어려보인다는 것만 빼면..(25살이라니? 15살이래도 믿겠다) 그리고..조인성은 되도록이면 머리를 안 기르는게 좋겠다.;;




색즉시공
이렇게까지 영화에 실망하기도 쉽지 않지. 너무 재미없었다..... (이미지 찾기도 짜증나는군)
그래도 미련이 있어 끝까지 보긴 봤는데 기분만 더러워진 영화 -_-;; 안 봤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었을 텐데.
임창정과 하지원 연기 인생의 오점으로 길이 남으리라.




나쁜 남자
보는 내내 으시시한 느낌이 들어서 계속 떨었다.
한 사람의 악의와 폭력이 다른 한 사람을 저렇게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건가?
창녀촌에 대한 묘사가 너무 비현실적인 것 같았다. 요새 저런 데가 어디 있다고..
김기덕 감독이 감각이 탁월하다는 건 인정해야겠지만, 그래도 역시 마음에 안 들어.
이 사람을 상대로 여성비하로 걸고 넘어지는 건 핀트가 좀 틀렸고..
다만 자신의 터무니없는 여성 판타지를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
섹스를 들이대며 자신의 애정을 보상받길 소망하는 남자의 유치함.
그게 에러 아닐까나.
참,주인공인 한기(조재현)가 왜 계속 말이 없을까 보는 내내 궁금했었는데
쫄따구를 때리면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가 얼마나 골때리던지...
으허허허허허 ㅠㅂㅠ 그래서 입 닫고 있었구나.




기묘한 이야기
이상하게 계속 에러가 나서 막냉이와 나를 애태웠던 영화.
막냉이를 배신하고 나 혼자 불꺼진 새벽에 봤는데 하필 첫판부터 무서운 이야기였다.
산장 잠깨우기는 이미 알고 있었던 얘기였고 그 뒤의 스토리라인도
너무 예상한 대로 진행되어 허무할 지경이었는데도 무서운 건 무서웠다. -_-;;
원래 이야기가 하나 더 있었다고 들었는데, 차라리 두번째 이야기 대신
그걸 넣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발상은 괜찮았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던 두번째 이야기였다.
세번째 이야기...혹시 남자주인공이 카시와바라 다카시?
그런데 연기 정말 끝장나게 못 하는구나. ㅠㅂㅠ
(난 어째서 사진 한 두 번 본 배우들 이름 기억하는 데에 뇌세포를 소비해 버릴까)



죽어도 좋아
남의 생활을 배후령이 되어 쭉 지켜보고 있는 듯한-나는 이걸 단편영화 느낌이라고 부른다-필이 풍겨서 참 좋았다.
주인공이 노인이라는 것만 빼면 그냥 평범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예상에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노인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
나이가 들어도 삶의 즐거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조근조근한 메시지.
섹스도 하고, 함께 목욕도 하고, 아프면 돌봐주고, 서로 모르는 걸 가르쳐 주고...
"이런 게 부부여"란 대사, 나도 동감한다.
노인들이기에 더욱 서로를 배려할 줄 알고 세상살이에 모난 데 없이 순한 모습이었다. 왜 신은 인간이 젊고 강한 몸을 가지고 있을 때엔 그런 지혜를 가질 수 없게 해놓았을까? 하긴 나이를 헛먹는 사람도 있으니..
실존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거라 그런지 어찌나 연기가 감칠맛 나던지..
테크닉은 좀 떨어져도 느낌은 진하게 오더라. 저런 건 전문 배우들은 할 수 없겠지..
(닭을 잡으면서 닭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니 마치 친척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다)
사족으로...할아버지,일흔 넘은거 맞아요?;; 영화 설명을 보니 무려 7분..;




몽정기
코미디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곤 하는 깊이가 없다는 아쉬움이 몽정기를 보면서도 왔다.
하지만 다들 귀여운 수준이라 그냥 웃고 넘길 만 하더라.
작년 서울에 올라갔을 때 언니 일행은 이 영화를 보고, 우리 일행은 [중독]을 봤었더랬지.
주인공 중 한 명이 윤성이랑 비슷하다던 언니의 말이 문득 생각나서 데굴데굴 굴렀다...ㅠㅂㅠ아, 윤성군 미안혀.




비밀
이게 그렇게 감동적인가?  솔솔한 재미는 있었지만, 좀 너무 억지스러운 전개 같은데;
료코 본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딸의 몸에 엄마가 들어간다라..그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딸의 몸을 아버지가 범할 수는 없으니 동침도 할 수 없고,
남편은 서서히 늙어갈 텐데 부인은 한창 좋을 나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사랑하는 딸의 몸은 그대로 있는데
정신만이 사라져 버린 상황을 부모가 어떻게 감내해야 할까..
내가 만약 이런 스토리로 만화를 그린다면?
결말을 어떻게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영화의 결말은 내 예상을 뛰어남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실망했던 것 같다.
라스트신을 보면서 '설마, 반지를 넣어뒀던 곰인형을 가져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딸인 척 한 엄마였다는 시시한 반전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대로 될 줄이야.
그냥 인형만 보여줬어도 관객은 알아봤을 거라고 본다.
그렇게 치밀한 엄마가 그 중요한 순간에 손놀림 하나 단속 못 할 리가 있겠는가!



이투마마
주인공들이 한 마디로 탕아들;
하지만 스토리는 방탕하지 않았고, 또한 인물들이 끝까지 방탕하도록 버려두지도 않았다.
좀 에로한 외화가 늘상 그렇듯이 전형적인, 마케팅과 속알맹이의 안드로메다급 차이가 있다.
허우적대는 난지도 속의 지독한 슬픔,
약속할 수 있는 것도 믿을 수 있는 것도 없이 순간의 즐거움에 몸을 던져버리는 젊음들.
보기 괴로웠다.
그런데 쓰리썸, 좀 더 길게 넣어주지 +ㅂ+(야오이를 감상하게 될 기회였다는;;)



도니 다코 
호기심 때문에 봤다. 주인공이 토비 맥과이어를 많이 닮았군..이란 생각을 하면서.
사실 이런 류의 미스테리 영화는 머리를 아프게 해서 재미없을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꽤나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시종일관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같이 본 막냉이는 지루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주 좋아하더군..특히 토끼괴물..-ㅂ-;;


좀 있으면 [메멘토]와 [GO]를 볼 계획이다.
기대되는 영화를 보기 전의 기분은 마치 초야를 맞는 새신랑 같달까..



그리고 [사토라레]랑 [올드보이] 보고 싶다..ㅠㅂㅠ
AND